“인간다운 기숙사 보장하라” 비닐하우스서 자다 숨진 이주노동자 1주기

      2021.12.14 13:46   수정 : 2021.12.14 13: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숨진 이주노동자 속헹씨(30)의 1주기를 앞두고 시민단체가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업주의 과도한 비용 징수의 주범인 ‘숙식비 징수지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은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주노동자 숙식비 징수지침 폐기 및 이주노동자 기숙사 종합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속헹씨 사망 후 지난 1년간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지만 너무 더뎌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속헹씨는 지난해 12월 20일 영하 18도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 경기도 포천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송은정 이주희망센터 사무국장은 “열악한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패널 기숙사의 난방은 가동되지 않았고 5년 가까이 근무하는 동안 속헹씨는 직장 건강검진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한국 산업 현장에 필요해서 정부가 데리고 오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고된 일을 하며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조립식 패널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숙소에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종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 사무국장은 “사업주가 신규 고용을 할 때 건축법과 농지법에 위반되는 불법 가설건축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면 고용허가를 불허하는 등 몇 가지 대책이 생겼다”면서도 “코로나 시기에 신규 고용이 적다 보니 사업주가 기존의 불법 가건물을 개선할 유인이나 압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부가 올 초 조사 시 70%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임시가건물에 살고 있었는데 1년 정도 지난 지금은 얼마나 개선이 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정부가 ‘숙식비 징수 지침’을 그대로 둬 사업주들의 ‘월세장사’를 방관한다고 비판했다. 숙식비 징수 지침은 월 통상임금의 8~20%를 숙식비 명목으로 임금에서 사전 공제할 수 있게 한 내용이다.
이 때문에 임시가건물 숙소 방 하나에 근로자 여러 명이 머물면서 인당 숙식비를 임금에서 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최정규 민변 소수자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노동자들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얼만큼 공제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이해 없이 사용자가 내미는 종이에 서명을 강요당하고 있고 심지어 위조까지 당한다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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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단체는 오는 1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속헹씨 1주기 추모제와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진행하고, 청와대에 항의서한과 종합대책 요구서, 법률의견서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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