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 지점폐쇄 찬반 논란…"생존 위한 선택" "고령층 배려해야"

      2021.12.19 17:54   수정 : 2021.12.19 17:54기사원문
#1. 지난 17일 서울 월계동 주민자치센터 3층에 주민 30여명과 신한은행 관계자가 모였다. 신한은행이 월계동지점을 디지털점포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한 신한은행의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최근 신한은행은 월계동지점을 서울 석관동에 있는 장위동지점과 통폐합하고, 월계동지점을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신한은행의 이런 결정에 반발하며 지난 2주간 서명운동과 기자회견을 벌였고 16일에는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시위를 했다.

#2. 전남 목포시 관계자들은 지난 2일 KB국민은행 목포지점과 하당금융 종합센터를 방문했다.
목포지점 폐쇄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022년 1월 21일자로 목포지점을 폐쇄하고 하당금융 종합센터로 업무를 이전키로 했다. 목포시와 지역 상인회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노인층이 많아 디지털 기기로 은행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은행권에서 '생존을 위한 디지털 점포 혁신이냐 공공성을 강조한 지점 유지냐'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지점 폐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점 폐쇄가 예정된 지역 주민들은 고령층의 은행업무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논란이라는 입장이다.

■"노인에겐 디지털 기기 사용이 두려워"

이같은 상황은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국 지점 통합이나 폐쇄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은행권의 점포 축소와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7281개였던 국내 은행권의 점포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6326개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6405개)과 비교하면 79개 줄었다. 점포가 줄면서 곳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지점이 대표적이다. 최근 불거진 목포, 서울 월계동 뿐 아니라 삼척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치 않아 금융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날 월계동 주민센터에 모인 사람들은 "월계동에 주민 8000세대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노인"이라며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되고, 혼자서는 입출금,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이들은 "지금도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은행창구에 가서 일일이 직원에게 업무를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사무처장은 "은행은 공익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디지털 금융거래 취약계층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기 이용 체험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디지털 전환은 생존을 위한 선택

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들의 시장 가치가 커지면서 경쟁력 약화를 고민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은행 지점을 이용하지 않고 은행 지점도 변신을 하고 있다. 편의점 지점, 디지털 지점, 지점 대형화 등 생존을 위해 변화를 하고 있다는 것.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생존이 더 먼저"라며 "사회가 빠르게 디지털화 되면서 은행 역시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인터넷 은행 회원수는 4000만명에 육박한다"며 "우리나라가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이고 현재 대다수 시중은행이 디지털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만큼 이런 흐름은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지점으로 전환해도 고령층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입장이다.
직원을 상주시켜 기기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또 고령층 디지털 금융 교육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디지털 지점에는 상주 인원을 좀 더 늘려 편의를 제공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고령층을 위한 교육을 같이 해야 한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오진송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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