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70배 커진 NFT 시장...규제 논쟁 시작
2021.12.22 13:58
수정 : 2021.12.22 13:58기사원문
NFT 거래액 1년새 170배 증가
22일 가상자산 데이터 전문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9일까지 NFT 총 거래액은 115억3487만달러(약 13조725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거래액 6752만5643달러(약 795억7221만원) 대비 17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NFT 거래가 가장 많았던 8월 29일에는 하룻동안에만 3억8863만6369억달러(4581억2458만원)다의 NFT가 거래돼, 2020년 전체 거래액의 6배를 넘기기도 했다.
지난 3월 디지털 예술가 비플(Beeple)의 NFT 작품 '매일:첫5000일'(Everdays: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6934만달러(785억원)에 거래되며 NFT 열풍에 불을 붙였다.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아내 가수 그라임스가 만든 NFT가 65억원에,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이 32억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세계 3대 박물관인 러시아 에르미타주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손잡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빈센트 반고흐, 바실리 칸딘스키 등 내로라하는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NFT로 만든 것이나 훈민정음 등 국보급 문화재를 기반으로 만든 NFT도 등장했다. 2020년까지 '크립토캣' '크립토펑크' 등 픽셀 아바타 형태의 수집형 NFT가 주를 이루던 것과 대조된다.
BAYC·이더락 등 인기 프로젝트..유명 셀럽도 구매 대열
올해는 수집형 NFT 카테고리 안에서도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슈퍼래어'(SuperRare)' 이더락'(EtherRock) 등 새로운 인기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BAYC는 톡특한 모습의 원숭이 모습이 담긴 NFT로 1만개만 발행돼 사교클럽의 입장권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더리움 이외에 솔라나,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클레이튼 등 새로운 블록체인에서도 NFT가 발행되며 전체 볼륨을 키웠다.
스포츠 스타 등 유명 셀럽들의 NFT 구매도 화제가 됐다. NBA 스타 스테판 커리(Stephan Curry)는 지난 8월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NFT를 55ETF(당시 시세로 약 18만달러, 한화 약 2억원)에 구입해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미국 유명 래퍼 스눕 독은 지난 9월 자신이 코조모 드 메디치'(Cozomo de' Medici)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NFT 수집가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전자지갑에 보유하고 있는 NFT는 1760만달러(208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에는 게임 NFT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NFT 기반의 엑시 인피니티가 대표적이다. 엑시 인피니티는 베트남 스타트업 게임사 스카이마비스가 만든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다. 평균 소득이 낮은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게임이 되며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코인베이스 등 NFT 열풍에 올라탄 기업
NFT 열풍에 기업들도 올라탔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IT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트위터는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NFT 컬렉션을 보여주는 탭 기능과 정품 인증 뱃지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트위터는 9월말 해당기능의 데모 버젼을 공개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 역시 NFT 시장 진출을 시사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더 많은 사용자가 더 쉽게 NFT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NFT시장은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이자 제작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결제기업 비자는 지난 9월 15만달러(1억7479만원) 규모의 크립토펑크 NFT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속 NFT를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NFT 시장 진출도 계속됐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10월 NFT 마켓플레이스 '코인베이스 NFT'를 시작했다. 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NFT 거래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FTX.US와 바이낸스 역시 NFT 거래 플랫폼을 출시한 바 있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가상자산 지갑 '클립'을 통해 한정판 NFT를 유통하는 '클립 드롭스' 정식 버전을 최근 출시했다. 네이버 계열사 라인 역시 글로벌 NFT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회사 라인넥스트를 한국과 미국에 각각 설립했다. 루이비통 버버리 등 패션업체들과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웨어 업체들도 NFT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급성장에 따른 성장통도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발행되는 NFT가 난립해 분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의 작품이 NFT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달받은 예술가 데릭 라우프만은 지난 5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나의 작품을 NFT로 거래하는 것에 대해 누구에게도 허락해준 적이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동화 일러스트레이터 사이먼 스탈렌하그 역시 자신의 작품을 NFT로 발행한 적이 없는데도 그의 작품 중 하나가 NFT로 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트위터를 올리기도 했다. 이미지 서비스업체 지피는 사용자들이 개인적으로 만든 이른바 '움짤'(GIF)이 NFT 형태로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향후 10년간 NFT 100배 성장할 것" 전망도
해커와 내부자 거래 역시 새롭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9월에는 '거리의 예술가'로 불리는 뱅크시(Bansky)의 공식 홈페이지를 해킹한 해커가 뱅크시의 작품 '기후변화 재앙의 위대한 재분배' NFT 사기 판매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뱅크시의 작품을 인증하는 공식기관인 '페스트 콘트롤(Pest Control)'은 "아티스트 뱅크시는 NFT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고 NFT 발행 사실을 부인했다. 지난 9월에는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의 임원급 인사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래하다 적발됐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노출되도록 설정된 NFT를 대중에 노출되기 전에 사전 구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사한 내부거래가 추가로 더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장통에도 불구하고 NFT는 내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Messari)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Crypto Theses 2022)를 통해 NFT의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날로그 세계 미술품 시가총액 규모가 1조7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것과 달리 NFT 아트의 시가총액은 140억 달러(DappRadar 2021년 3분기 기준 데이터)로 1% 남짓에 불과하다.
메사리는 향후 10년간 NFT 아트 시가총액이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NFT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용된다면 회원권과 굿즈의 개념이 결합한 팬 토큰(fan token)의 형태로 사용자들이 NFT를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사리는 또 NFT가 신분증이나 자격증을 모듈화해 대체 불가능한 이력으로 활용될 수 있음에도 주목했다. 메사리는 2022년 NFT의 중요한 트렌드로 '매수하는 NFT'가 아닌 '취득하는 NFT'를 꼽았다. 내가 취득한 모든 학력, 경력, 자격증 등을 웹3.0 지갑에 NFT로 담는다면 졸업장 위조 논란 등과 같은 전통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