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복합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 분석
2021.12.26 23:49
수정 : 2021.12.27 01:35기사원문
CIS는 1985년 설립해 지난 37년 동안 국제문제에 대한 학술연구 및 정책연구, 각종학술도서 및 연구결과 보고서 정기간행물을 비롯한 출판사업, 학연구회 및 토론회, 학술회의, 국제협력사업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해왔으며, 연 3회 발간하는 영문저널 Pacific Focus는 2007년 국제수준 학술지(SSCI 및 SCOPUS)에 등재된 전문학술지로 양호한 인용지수(impact factor)를 유지해오고 있어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행사는 '펠로폰네소스 新전장으로 변화하는 동아시아, 쟁점과 해법'을 테마로 진행했다.
[ 北의 복합 A2/AD(Anti-Access/Area Denial,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 3개 전장 공세와 안보적 함의 ]
북한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 가동되면서 한국과 미국의 활동범위가 위축을 받는 모양새다.
신냉전 하 미중 전략적 경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의 A2/AD에 대한 작전적·전략적 효과가 부각되면서 일본, 호주 등 다른 국가들도 자국판 A2/AD 전략추진에 서두르는 모양새다.
사실상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최근 들어 초대형 방사포(KN-25),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재래식 신형 전술무기를 대거 등장시키는 행보를 해오고 있다. 북한의 핵 관련 전력의 고도화 다종화 무기는 미국의 한반도 전구개입을 전략적으로 차단하고 신형 전술무기는 일본의 접근을 차단하며 미국의 한반도해역 내 자유로운 작전활동을 방해하겠다는 포석이다.
북한에게 A2/AD 전략은 핵보유국 공식인정이라는 국면까지 진행되는 과도기에 국제사회의 개입과 공세가 점증될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북한의 A2/AD 전략을 구성하는 복합전장으로 3개 전장 '핵 전장, 재래식 전장, 사이버·전자전 전장'으로 상정한다.
■중국 및 여러 국가들의 A2/AD 확장, 북한의 복합 A2/AD 전략
중국은 A2/AD는 미국의 군사력이 2도련선 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1도련선 내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을 막는 대미 군사전략 차원에서 적용해온 접근법이다.
중국의 A2/AD 능력에 대응하는 일본과 대만의 A2/AD 능력이라는 개념은 호주방위군도 적용, 호주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해군력을 상쇄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중국의 A2/AD 위협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사안으로 중국이 해군과 공군 위주로 정밀타격 및 원거리 투사 능력 등을 강화해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을 잠식차단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 남방 도련에 배치되고 있는 일본판 A2/AD, 중국의 대만점령 시도 와해를 위해 대만도 A2/AD를 적용할 수 있다. △북한이 KN-23과 같은 전술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미군의 한반도 개입을 막으려는 A2/AD 전략이다. A2/AD가 중국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이 개념을 적용하면서 안보이익을 확장한다.
북한식 A2/AD 전략은 미국, 일본 등 외세의 접근을 차단하고 한국이 한반도 전구 내에서 활동이 위축되도록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지정학 공간의 복합성(complexity)을 지닌다.
북한식 A2/AD는 3차원 지정학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대비 북한의 차별적 속성 행태를 복합 A2/AD로 개념화한다.
△핵전장,북한 핵무기의 사정권은 한국을 넘어 동북아와 심지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핵능력이 고도화 후 살라미 전술로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는 메커니즘이 A2의 주안점이자 기대효과다.
외세개입이 북한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다는 신호를 명백히 전달하기 위해 북한은 A2의 전장을 태평양으로까지 확장시킨다.
북한은 2017년 7월 최대사거리 1만km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4형 두차례 발사→
2017년 8월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 12형을 태평양으로 발사→2014년 SLBM 사출시험에 착수→2016년 북극성-1형 수중 시험발사→2019년 북극성-3형 발사 성공→2020년 10월에는 북극성-4형을 공개→2021년엔 북극성-5형 공개 등 SLBM 능력을 고도화해 왔다.
2021년 1월 9일 김정은은 전략핵잠 개발 추진을 천명, 미·일 등 외부행위자의 작전세력을 거부하고 제2전선을 한반도 주변해역으로 상정한 후 AD 강압을 구사하고 있다.
핵전장에서 AD가 A2와 다른 점은 후자의 작전범위를 한반도 해역으로 좁혀 거부적 군사작전의 강도와 횟수를 증대시킨 것이다.
북한은 한·미·일의 3국의 군사적 공조를 방해하여 디커플링을 유도하고 한다.
북한은 2017년 핵폭탄을 지상 상공 30~100km에서 폭발시켜 EMP(핵EMP)를 발생시키면 한국군의 군사 인프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북한은 2021년 9월 28일 극초음속 미사일로는 처음으로 동해상으로 발사시험을 했고 이는 화성-8형으로 명명되었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이미 시사한 바 있다.
△재래식 전장, 김정은 정권하에서도 한미연합군의 반접근을 노리고 북한의 장사정포 능력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2013년에는 300mm 신형대구경 방사포가 등장했고 2019년에는 400mm 신형대구경 조정 방사포로 진화되었으며 최근에는 탄두에 작은 날개가 장착되어 유도기능을 탑재한 600mm 초대형 방사포로까지 발전되었다. 이는 한국형 3축 체계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나 THAAD 등 미군의 방어체계로도 타격이 어려워 한미 양국 군의 반접근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북한은 EMP기술의 개발 및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MP대포를 이용, 통신 등 한반도 전구 내 전자 인프라를 마비시킬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대공미사일은 재래식 전장에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미의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접근을 막는 대응 능력의 고도화로 2021년 10월 1일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
재래식 전장에서 북한이 AD 개념하에 규정하고 있는 작전범위는 북방한계선(NLL), 군사분계선(MDL) 등 접경지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NLL 무실화를 위해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끊임없는 서해에서의 도발이다.
특히, 천안함 피격은 북한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비계선” 인근 해역에서 한국군 작전활동을 방해하려는 AD 개념이 투영된 도발이었다.
최근 북한이 중국의 저가 민간용 드론을 군사적 용도로 개조해 자폭드론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9·19 군사분야 합의’ 후 한국군은 접경지대에서 훈련을 못하며 군사대비태세가 저하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북한은 되레 합의 무력화 시도가 이어져왔다.
2차례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작전의 핵심해역인 서해에서 해양통제를 무력화하고 전·평시 작전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다. 북한이 잠수함을 70여척이나 운용하는 것도 수상전력에 대한 공격 효과가 높아 대상륙작전 전력으로서 가치가 높다.
△사이버·전자전 전장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군사력을 와해시키는 소프트킬(soft kill)로서 비중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북한은 사이버 전장은 A2로, 전자전 전장은 AD로 차원에서 전략과 작전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우선 사이버 전장은 A2의 개념을 적용하여 미국·일본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있으며 작전범위는 물리적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7년 3000∼6000명의 사이버 전사 추산→2021년 현재 2만3000명 보유 전력을 3배나 늘렸고 3국이라 불리는 기술정찰국 주도로 전문적으로 해킹을 시도하고 있으며 나아가 핵이나 미사일 같은 핵심 전략정보를 탈취하는 91부대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디도스 공격·2011년 청와대·국정원 등 정부기관 뿐 아니라 네이버 등 일반포털까지 공격하는 등 사이버 공격을 확대, 2016년에는 국방망 해킹을 통해 작계 5015, 한국의 G-16 전투기 등 비밀관련 자료 약 4만여건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9년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2조원의 돈을 탈취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원자력연구원 등 국가핵심시설 뿐 아니라 정부 외교안보라인, 정계, 학계까지 해킹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그 심각성이 크다.
2020년에는 신형 GPS 교란장비를 전장에 대규모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한미연합작전 능력 등 군사적 목표를 대상으로 하지만 GPS 교란으로 민간항공기와 어선 등도 상당한 차질을 빚기에 단지 군사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자전 작전범위는 군사분계선, NLL과 가까운 접적지역으로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감청능력도 북한의 전자전에 포함된다. 최근에는 전자전과 사이버전이 통합된 전투가 등장하고 있다. 전자전을 통해 폐쇄된 통신망을 개방하여 전자전으로 공격한다는 개념인데 북한도 A2/AD 능력 신장 차원에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복합 A2/AD 전장별 대응
중국의 A2/AD는 ‘힘의 전이(power transition)’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 열세국인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 활동 역량을 둔화시키는 접근법으로 분석되어 왔다.
이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대만, 일본 등 다른 국가들로 이 개념을 활용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A2/AD 전략과 최근 전략적, 군사적 적용 강화를 주목·인식·진단·후속 연구하는 것은 한국의 대비태세 정립 방향에 큰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북한의 복합 A2/AD 전략은 외세개입을 차단하는 수준으로 북한이 평시 혹은 전쟁 이하의 도발 차원에서의 지략이다.
전쟁 시엔 대상륙작전 등에 A2/AD 전략이 이용될 기능적 분명도 있지만 공산화 무력통일 전략으로 전환하게 됨을 의미한다.
북한의 A2/AD가 통하지 않도록 상쇄하는데 주안을 둔 복합전장별 대응조치가 필요하다.
△핵전장 상쇄를 위해 미 핵잠수함 상시배치 협의나 핵잠재력 보유 등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실질적 억제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한반도식 확장억제 정책을 디자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0년 미 해군은 SLBM용 저위력 핵탄두인 W76-2를 오하이오급 잠수함에 탑재했다. 한국이 SLBM 개발에 성공한 인프라를 활용해 미 해군의 W76-2을 한국의 SLBM에 탑재하는 수중핵공유 체제를 갖춘다면 북한 핵무기 역학을 ‘공포의 균형’으로 조정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기대효과가 있다.
△재래식 전장 상쇄를 위해 북한의 장사정포, 신형전술무기에 대응하는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국형 아이언돔이든 해외구매든 서울 방어용 요격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공격용 드론 등 회색지대 성격의 자산을 이용해 선제타격이 가능토록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고 서울 핵심시설을 요새화하거나 대피시설을 확충하는 등 보호 인프라에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래식 전장에서는 핵심전장이 접적해역이므로 NLL 무력화 시도 시 단호한 대응으로 NLL이 회색지대화되지 않도록 ‘흑백지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나아가 북한의 대상륙작전을 와해 능력이 필요함으로 감시드론 및 자폭형 드론 등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이버 전장 상쇄을 위해선 민간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해커대응능력을 신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인식, 군 문화부터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다. 전자전 공격 대응 조치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GPS 교란에 대비해 군사 GPS 적용 수준을 높이고 GPS 의존형 작전구조에 대한 변화도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GSP 교란시도를 사전에 감지, 적시적으로 전파하는 대북 정·첩보 수집능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북한의 복합 A2/AD 전략 이해 통한 '한국판 A2/AD' 대북상쇄 전략 반드시 필요
결론적으로 북한의 무기체계 개발을 A2/AD 전략 차원으로 이해해야 중·장기적 대응전략 수립이 가능하며, 정교한 전략이 있어야 일회성 대응이 아닌 연속성 있는 대응이 가능하다.
한편 북한의 A2/AD에 대응하는 전략의 수동성을 탈피하여 ‘A2/AD 역학의 균형’을 이루어야 대북상쇄가 가능해질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접근을 차단하고 한국의 상쇄작전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선 한국의 자산과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해 북한뿐 아니라 서해 내해화를 시도하는 중국을 포함한 국가차원의 '한국판 A2/AD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