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낙농가 합의없이 강행되나

      2021.12.30 17:44   수정 : 2021.12.30 17:44기사원문
정부가 원유 생산자의 반대에도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또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이에 생산자 측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현재의 원유 생산비 연동제를 대체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는 '낙농산업 발전대책'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낙농업계는 지난해 8월부터 낙농진흥회에 낙농제도 개선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으나 생산자단체와 유업체 간 충돌로 개선방안 도출에 실패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차관을 위원장으로 학계·소비자단체·생산자단체·유업체 등이 참여하는 낙농산업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직접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

5차에 걸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발전위 위원들은 정부가 제시한 방향에 동의했지만 생산자 측이 반대하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세부적인 도입방안에 대해 생산자단체와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날 발표한 발전대책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경우 원유가격을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차등 적용한다. 현재 원유가격은 용도 구분 없이 쿼터 내 생산·납품하는 원유에 리터당 1100원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낙농 선진국은 음용유, 치즈용, 생크림이나 버터, 탈지분유 등 용도에 따라 가격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음용유의 경우 현재의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는 더 싼 가격을 적용하는 안을 내놓았다. 다만 농가 소득감소를 막기 위해 유업체가 더 많은 물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는 원유 205만t 수준을 생산해 쿼터 내 201만t은 리터당 1100원, 쿼터 외는 리터당 100원을 농가가 수취하는 구조다. 개편안은 앞으로 원유 총 222만t을 생산하되 음용유 187만t은 리터당 1100원, 가공유 31만t은 리터당 900원, 쿼터 외 4만t은 리터당 100원 적용을 제시했다.

정부안으로 개편하면 우유 자급률은 현재 48% 수준에서 52~54%로 상향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구성을 전문가와 중립적인 인사 중심으로 개편하고, 이사회 개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3분의 2 이상 참여 시 개의하는 조건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사회 의결조건은 참석이사 과반수에서 재적 과반수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이사 수는 현재 15인에서 23인으로 확대하고 정부 인사, 학계, 소비자단체, 변호사·회계사 등 중립적인 인사를 추가하는 내용도 대책에 담겼다.

낙농업계는 이 같은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생산량 증가가 어렵고 실질적 쿼터 감축"이라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생산자율권 보장을 위해 생산자 대표조직이 모든 유업체와 가격·물량을 협상하는 MMB(Milk Marketing Board)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낙농진흥회 개선안에 대해서도 철회를 요구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식품부는 생산자 측을 설득하기 위해 생산비 절감을 위한 조사료 수입쿼터를 늘리고 농가사료 구매자금, 시설 현대화, 낙농가 분뇨처리 지원 등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국산 가공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생산자·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유제품 유통구조 개선에 대해 내년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권재한 실장은 "이달 사육 중인 젖소 40만1000마리에 필요한 법적면적은 430만㎡인데, 현재 젖소농장 사육시설 허가면적은 1073만㎡로 증산 여력이 충분하다"며 "정부 제시안대로라면 생산 증가와 함께 농가 소득도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보지 말고 향후 20~30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바람직한 낙농산업 생태계를 충분히 고민해 달라"고 덧붙였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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