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대 재벌 '워싱턴 로비' 각축전-FT

      2022.01.04 00:12   수정 : 2022.01.04 14:09기사원문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정계 1번지인 워싱턴에서 로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워싱턴에서 전방위 로비 영역을 넓히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같은 한국기업들의 워싱턴 로비는 미중 갈등으로 제재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에게 반도체 등 주요 첨단소재 공급하기 위해 미국의 허가를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전략적으로 민감한 제품들을 미국 본토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워싱턴 정가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처음으로 사장급 임원을 임명했는데,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 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 속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세계 2대 메모리 칩메이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사업을 관리할 내부 부서를 신설했는데, 인텔의 낸드 플래시메모리 사업을 90억달러에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다. FT가 인용한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SK는 중국 우시의 D램시설에 첨단설비를 도입하기 힘들어지면서 미국에 아예 새로운 웨이퍼(반도체기판) 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중이다.

SK하이닉스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만드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를 우시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백악관이 이를 불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해 11월 외신들이 보도한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에 웨이퍼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선조건들을 살펴만 보는 중이라고 지난달 말했다.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SK E&S 역시 올해 유정준 부회장을 필두로 뉴욕사무소를 개설한다고 FT는 전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업경험이 풍부한 임원들이 더 많이 미국으로 옮겨가고 워싱턴과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더 많은 로비스트들이 채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내년 워싱턴에 로비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SK이노베이션과 미국에서 벌인 배터리 소송의 영향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경쟁사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수 십억 달러어치 법적 소송을 벌였고, 이는 포드 전기차 생산계획을 위협했다고 FT는 설명했다. 또, LG는 배터리 결함에 따른 차량 리콜을 실시한 제너럴모터스(GM)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워싱턴 정가로비에 박차를 가한 것은 미국이 제재명단에 올린 중국 기업들에 공급을 계속하기 위한 수출 허가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해당 중국 기업들 중에는 기술그룹 화웨이, 반도체업체 SMIC이 포함된다.
미 상무부는 2020년 11월 9일부터 2021년 4월까지 화웨이와 SMIC에 1030억달러어치 수출을 허가한 바 있다.

LG의 한 임원은 FT에 "워싱턴 정계와 연줄이 있는 미국인들을 고용할 생각이다.
미 정부, 의회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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