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듯 기업아닌 'DAO'의 진화...美헌법 초판본 경매 이어 골프장 인수도 나서
2022.01.05 15:07
수정 : 2022.01.05 15:07기사원문
링크DAO "골프장 인수..투자자의 놀이터 만들 것"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링크다오(LinksDAO)가 골프장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토큰) 컬렉션을 판매, 프로젝트 운영자금 1050만달러(125억4750만원)를 모았다.
링크다오는 골프장 인수에 성공할 경우 NFT 투자자들에게 골프장 멤버십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 골프장 이용료 할인, 회원 전용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권 등의 특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에 따르면, 미국에서 프라이빗 골프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칵테일 파티 심사'라고 불리는 회원 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고 입회비도 별도로 내는 등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데, 링크다오의 NFT를 구매한 사람들은 진입장벽을 한번에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골프닷컴은 "링크다오의 계획은 상위 100대 코스를 구입해 골프클럽을 '수천명의 열광적인 글로벌 커뮤니티'를 위한 놀이터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중앙화 조직 DAO "현물자산 인수 나선다"
이번 골프장 인수가 DAO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주목된다. 앞서 실물자산 인수를 목표로 하는 DAO로는 지난해 11월 컨스티튜션DAO(ConstitutionDAO)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컨스티튜션DAO는 지난해 미국 헌법 초판본 인수를 위해 구성돼 4000만달러(478억2000만원) 이상의 이더리움(ETH)을 모금한 바 있다. 당시 투자자들은 "개인 수집가의 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헌법을 구출하자"며 모금을 진행했고, 헌법 초판본을 인수한 후에는 이를 공적인 장소에서 전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소더비 경매에 나온 헌법 초판본을 인수한 것은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 켄 그리핀이었다. 컨스티튜션DAO는 경매가 끝난 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소더비 경매에 참여한 최초의 DAO"라며 "그러나 마지막 DAO는 아닐 것"이라고 썼다.
DAO는 목표로 한 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해 자동으로 모금한 돈을 환불하도록 돼 있다. 컨스티튜션DAO에 참여한 인원 1만7000여명으로 평균 참여금액은 206달러로 알려졌다. 컨스티튜션DAO 역시 낙찰에 실패하자 모금한 돈을 반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환불을 받지 않았다. 투자금을 대신해 받은 거버넌스 토큰(PEOPLE)의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피플 토큰의 현재 시가총액은 6억6900만달러(8004억5850만원)로 컨스티튜션DAO가 모금한 금액 4000만달러의 15배에 가깝다.
"스마트 콘트랙트 이용 플랫폼 가치 참여자들에게 분배"
DAO는 그동안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조직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디파이 프로젝트 아베(AAVE)나 신세틱스(Synthetix),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를 발행하던 메이커 등의 프로젝트가 DAO 형식으로 조직을 꾸려왔다. 밈(Meme) 코인 프로젝트 '시바이누'도 최근 DAO를 설립했다. 기존 법인이 회사 자산을 은행에 보관하던 것과 달리 DAO는 가상자산을 통해 운용하고 소유권과 지배구조 역시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DAO는 특히 국내에서 프로토콜 경제 모델로 플랫폼이 창출한 가치에 기여한 모든 사람에게 창출된 가치와 혜택을 분배하고 상생하는 모델로 익숙하다. 이번 링크DAO나 컨스티튜션DAO의 사례는 기존에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던 DAO가 현실 실물 자산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는 지난해 DAO가 합법화되기도 했다.
가상자산 전문기업 헥슬란트는 'DAO: 디지털 시대에 신뢰를 구현하는 장치' 보고서를 통해 "탈중앙금융(디파이,DeFi가) 새로운 금융, NFT는 예술의 미래라면, DAO는 인적 조직과 커뮤니티의 미래"라며 "DAO가 만들어나갈 미래조직은 예측 가능성과 지속가능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활동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며 공동의 이익과 목적한 방향에 따라 나아가는 것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