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 쉬운 게 아니다"… 쓴소리 던지고 떠나는 김종인
2022.01.05 17:51
수정 : 2022.01.05 17:51기사원문
지난달 3일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구원투수로 전격 합류해 선대위를 지휘한 지 33일 만의 결별이다.
정치권 초유의 '킹메이커'로 여야를 넘나들며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나 이번 21대 대선에선 캠프와 당의 자중지란에 그의 역할이 미완에 그치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그 별의 순간이라는 게 지켜지려면 그렇게 쉽게 가는 게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윤 후보 당선을 위해 선대위를 개편하자는 건데, 그 뜻을 잘 이해 못하고서 주변 사람들 말들을 보라. 무슨 쿠데타를 했다느니, 무슨 상왕이라느니"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윤 후보에 대해 "그 정도 정치적 판단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윤석열 후보 새해 지지율 폭락 상황에서 "도저희 이대로 갈 수는 없다"며 해체 수준의 선대위 구상을 전격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와 사전조율이 없던 일방적 발표로 드러나 윤 후보 측이 크게 반발하는 등 결국 결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김 위원장은 그간의 과정에 대해 "내가 선대위 구성할 적에 이런 선대위를 구성하면 첨부터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안가려고 했던 건데 하도 주변에서 책임을 회피하려 하냐 해서 조인을 하고 보니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을 안한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 두 사람은 검찰총장 출신 정치 초년생과 노련한 대권주자 조련사로 만났지만 그간의 동거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 합류 이후 코로나19 추경안 규모 논란이나 개헌 그리고 윤 후보의 강성 발언 등을 놓고 불협화음이 잇따랐다.
또 러시아 전제군주를 뜻하는 '짜르'라는 별명이 붙은 직진형 리더십의 김 위원장과 검찰 시절부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축약되는 윤 후보의 자존심과 카리스마가 서로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스타일의 차이로 두 사람의 동거 기간 내내 김 위원장에게 선대위 '원톱 전권'을 부여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마지막 결별의 기폭제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직진 스타일인 김 위원장이 후보와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쇄신을 선언한 점이나, 윤 후보를 향해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한 대목이 이해 대신 오해로 바뀌면서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든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금태섭 전략기획실장과 정태근 정무대응실장, 김근식 정세분석실장 등 이른바 '김종인 사단' 3인방도 이날 김 위원장 사퇴와 선대위 개편에 따라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공식 사퇴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