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 결단만 남아" 대만, TPP가입 대가로 후쿠시마산 수입금지 해제하나

      2022.01.10 15:26   수정 : 2022.01.10 15:26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일본과 밀월관계를 형성하면서도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금지를 지속하고 있는 대만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가입을 위해 11년만에 해제에 나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 내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의 결단만이 남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0일 지지통신은 현재 대만 내에서 후쿠시마현 등 총 5개 일본 광역지역 식품에 대한 수입금지 해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르면 올 봄 해제될 것이란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매체에 "차이잉원 총통의 결단만 남았다"며 결정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시사했다.

대만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과 인근 이바라키현, 도치기현, 군마현, 지바현 등 총 5개 광역 지역에서 출하된 식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발동했다. 일본 정부의 거듭된 해제 요구에도 조치를 유지해 왔다.

공수가 바뀐 것은 대만이 지난해 하반기, CPTPP가입 의사를 공식 타진하면서부터다. 일본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후쿠시마산 등에 대한 수입 금지 해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읍소에서 압박으로 태도가 바뀐 것이다. 지난달 양국의 집권 여당간 온라인 회의에서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은 "대만의 일본산 식품 수입 금지 조치가 CPTPP가입 협상에 큰 가시가 될 수 있다"며 조기 해제를 압박했다. 대만 민진당 측은 "국민들에게 (안전성을)확실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만 답했다.

지난 달 실시한 대만 국민투표에서 '미국산 락토파민 함유 돼지고기 수입 금지' 안건이 부결된 것도 일본이 기대감을 갖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대만 야당인 국민당은 "락토파민 함유 돼지고기는 독극물"이라며 수입금지 주장을 펼쳤으나, 대만 국민들은 대미 외교관계를 앞세운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손을 들어줬다. 대만 국민들이 식품 안전보다 안보를 택한 것이다.

대만의 친일본 정치인들도 후쿠시마산 등 수입금지 해제에 대해 "이번에야말로 밀어붙일 때"라는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중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해 보조를 맞추는 한편,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간에 벌어지고 있는 CPTPP가입과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규제 연계 문제는 향후 한국에도 그대로 대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은 2011년 후쿠시마현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현 등 8개 지역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세계무역기구(WTO)까지 가서 승소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회경제안보 전략회의에서 CPTPP가입에 대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며 가입 신청서 제출 시점을 올 4월로 제시했다.

CPTPP는 당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출발했으나 2017년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일본, 호주 등 나머지 11개국가들이 2018년 12월 명칭과 조문을 변경해 출범시킨 자유무역체제다.
신규 가입 협상에 들어가려면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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