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에 칼 빼든 정부 "공공기관 지정 추진하겠다"

      2022.01.17 17:50   수정 : 2022.01.17 17:50기사원문
정부가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원유 가격 결정체계 개편이 낙농진흥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데다 최근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이 커져 이 같은 정책 방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추진 중인 원유 차등가격제 도입과 낙농진흥회 이사결정 구조 개편 작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주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 지정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원유 가격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니라 물가 전체를 관장하는 기재부로부터 나와 주목된다.
그만큼 앞으로 범부처 차원에서 원유 값을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차관은 "현재 생산자 중심으로 구성돼 정부 제도 개선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하려 한다"며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현행 원유 가격결정 구조를 용도별로 규모와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로 개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농진흥회는 낙농진흥법에 따라 원유와 유제품의 수급조절, 가격안정, 유통구조 개선 및 품질향상 등을 통해 국내 낙농업과 관련 산업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사단법인 형태의 민간기구로 그동안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해 우유 가격을 결정해왔다. 생산비 연동제란 수요·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인건·사료비 등 원유 생산비가 늘어나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우유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시는 우유(음용유) 소비가 줄었는데도 원유 값만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생산 원유 중 10%가량인 23만여t이 소비감소 여파로 매년 폐기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원유 가격은 2.3%가 상승했다.

현재 저렴한 수입가공유 제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유 수요는 없는데 가격만 상승하면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우유 자급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인구 감소와 유제품 소비패턴 변화, 수입개방 확대 등 낙농산업의 여건 변화에 따라 기존 가격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해 8월부터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지금의 원유 가격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낙농진흥회 이사결정 구조 개편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낙농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기존 생산비 연동제의 대안으로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지금의 쿼터제를 용도별 가격을 차등해 적용하되, 음용유는 현재의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에는 더 싼 가격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정부는 유업체가 더 많은 물량을 구매하도록 돕는다.


또 정부는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를 소비자 측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도록 하고, 이사회 개의 요건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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