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와 올림픽, 소비 혹은 방역 사이 '딜레마' 빠진 中

      2022.01.24 15:16   수정 : 2022.01.24 15:22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춘제(설)를 앞두고 소비활성화와 베이징동계올림픽 방역 사이에서 중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춘제는 적극적인 소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이지만, 대이동과 관광, 오프라인 소비활동이 시작되면서 바이러스도 함께 전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감염자 확산은 올림픽의 최대 악재다.



반면 지나친 통제도 쉽지 않다. 자칫 국민적 반발을 불려올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위한 내부결속에 ‘찬물’이 될 수 있어서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가 최근 ‘온라인’을 강조하는 것도 소비·방역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24일 중국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확대 전략을 통한 안정적 경제 발전’을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잡았다. 정부는 “소비 촉진이 내수 확대의 주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소비에 방점을 찍은 것은 하방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중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올해 수요 감소, 공급 충격, 기대약화(성장률 하락)의 3중 압력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면서 수요, 즉 소비를 먼저 제시했다.

중국은 14억 이상 인구수에 기대는 대표적 내수경제 국가지만,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지출 비중(2011~2020년)은 53.3%에 그친다. 2021년 3·4분기에는 64.8%까지 올라왔지만, 같은 개발도상국의 70% 이상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이마저도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지난해 월별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도 기저효과를 본 달을 제외하면, 마이너스나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각 정부기관과 지방정부 연초부터 잇따라 소비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중국은 춘제와 노동절, 청명절, 중추절(추석) 등 장기 연휴 기간에 대대적인 소비 부양책을 펼쳐왔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작년 노동절 당시 관광객이 전년 동기보다 120% 증가하고 관광 수입은 1132억3000만 위안(약 1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춘제가 다가와도 소비촉진을 마냥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히려 여행, 관광, 외식, 숙박 등을 서비스 업종과 오프라인 판매점에 대한 봉쇄 강도를 높이고 있다.

허난성 저우커우 한 관리는 춘제 때 코로나19 위험지역에서 귀향할 경우 구금하겠다고 말했다가 관영 매체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광둥성 둥관시는 연휴에 귀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총 5억 위안(940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장쑤성 쑤저우시도 미귀향객들에게 1인당 500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으며 베이징, 상하이, 저장성 등도 현지에 있을 권고했다. 올해 예상 귀향객은 11억8000만명이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초강도 봉쇄의 원인으로 꼽힌다. 확진자 발생 지방의 도시봉쇄는 역으로 보면 베이징 전체에 보호막을 치는 것과 같다. 다만 이런 통제에도 베이징에서 새 변이 오미크론 등 확진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고 올림픽만을 위해 무작정 주민의 이동을 차단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현 시점에, 귀향마저 막을 경우 주민 불만과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곧 10월에 있을 시 주석의 3연임 결정 당대회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정치·경제·문화는 모두 당대회로 맞춰져 있다. 최근 연이은 사정의 칼날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있다.

중국 정부가 내달 7일까지 ‘2022년 전국 춘제(설) 축제’를 개최키로 하면서 ‘온라인’으로 특정한 것 역시 이러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방역의 허점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소비를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달 중순 공지를 내고 “춘제 기간 동안 온라인 TV·영화·경기 생중계 등 문화와 스포츠 프로그램 공급을 늘리고 저렴한 가격에 상영토록 해야 한다”면서 “또 온라인 소비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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