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판쳐 비호감" "정치보다는 생계 걱정" 민심 냉랭

      2022.02.02 18:19   수정 : 2022.02.02 18: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국종합】 "임인년 범띠해, 우리의 소원은 '평범'을 되찾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오유경씨(40·여)는 새해 소원을 묻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이같이 말했다.

'평범'은 최근 서울의 한 미디어아트쇼에서 공개된 '어서와 평범'을 시작으로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로, 범띠해를 맞아 일상회복에 대한 바람을 호랑이에 빗대 만든 말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가 생계는 물론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에 대한 해결보다 더한 소원은 없는 듯했다.

설날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연휴기간 이곳저곳 기웃거리면서 들어본 이야기는 '정치보다는 생계'로 대부분 비슷했다.

오는 3월 예정돼 있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라도 꺼내보려 하면 만나는 사람들 모두 "그런 건 묻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는 오명을 실감할 정도로, 새해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대선보다는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더 중요해 보였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은 정부 방역대책에 대한 적극적인 원망과 비판을 쏟아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코로나19는 나랏님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정치 불신이 깊은 듯 보였다.

■정치보다 생계 "대선 얘기 묻지마라"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에 대한 전국적인 분위기는 비슷했다.

울산에 사는 이모씨(47)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지만 대선과 관련해서는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며 "친구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평소 정치 성향으로 알 수 있는데 괜한 말 한마디로 자리만 불편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전한 울산 설 민심은 정부 정책과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가 오갔지만 "어려운 시기 가족 간 또는 친구 간 괜한 갈등이나 생기지 않을까 서로가 조심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모씨(52·인천)는 "연일 TV뉴스에서는 대선 후보들과 가족과 관련된 비리 의혹 등 좋지 않은 이야기만 나온다"며 "이런 이슈들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만나더라도 입에 올리기조차 기분 나쁘다. 좋은 후보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씨는 "그보다는 3차 백신접종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코로나19가 끝날지를 두고 고민 깊은 이야기를 나눌 때가 더 많다"며 "정치보다는 생계와 관련된 한숨 섞인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대선 묻는다면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

그래도 3월 대선에 대한 분위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한마디라도 해달라는 부탁에는 저마다 "예전 같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지역별로 보수와 진보 확실한 지지층이 형성돼 있던 분위기가 뭔가 모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북에서 알려온 설 민심은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썰렁한 지역 분위기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전북도민의 싸늘한 민심과 비슷하다고 전해왔다.

전북도민들은 경제적 안정과 상대적 박탈감 해소를 바라고 있지만, 고질적인 경제난과 오랜 코로나19 사태로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이모씨(45·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계열을 지지해온 전북이지만 이번 대선만큼은 더불어민주당도 압도적인 득표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전북에서 역대 최대인 20% 득표율을 목표로 제시한 것만 보더라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갖는 전북도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위기라고 알려왔다.

그런가 하면 역대 대선 때마다 보수정당에 몰표를 준 대구·경북에서는 정치적 풍토 탓에 밥상머리 민심은 정권 연장보다는 정권 교체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지만, 변화는 감지되고 있었다.

김모씨(50·대구)는 "이번 대선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접전 승부로 끝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주변사람들도 예단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정서상 보수정당에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윤석열 후보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

이런 가운데 2년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을 맨몸으로 버텨왔던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방역대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해 운영하던 음식점 2곳 중 1곳을 폐업했다는 정모씨(48·수원)는 "폐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만족스러운 보상은 없었다"며 "음식점 사장은 가게를 잃었고 5~6년을 함께 일해온 종업원들은 직장을 잃었다.
그런데도 소상공인만 피해 보는 거리두기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설 대목 장사를 기대했던 음식점 주인 조모씨(48·울산)는 "정부의 3차 접종 독려와 방역패스 도입까지는 좋지만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제한은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며 "결국은 모든 피해를 자영업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대전 동구 대전역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56)는 "이번 설연휴 경기는 지난 추석 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면서 "코로나 확산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하며, 올해도 희망 없이 힘들기만 할 것 같은 임인년 새해 민심을 이야기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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