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美 규제 테이블 올랐다..."빠르고 강한 규제 필요"

      2022.02.09 12:24   수정 : 2022.02.09 12: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격이 연동된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미국의 규제의 심판대에 올랐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이 1800억달러(215조9100억원)에 달할 만큼 급성장 한 가운데, 규제 공백 상태로 놔둘 경우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정부와 의회가 규제 논의를 공식화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뿐 아니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괌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미 하원 '스테이블코인' 청문회..당국 "빠르게 움직여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디지털 자산과 금융의 미래 : 금융 시장에 대한 대통령 실무그룹(PWG)의 스테이블코인 보고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는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 의원들과 넬리 리앙 재무부 차관 등이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연방정부의 규제 방향과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오는 15일에는 상원에서도 '금융 시장 보고서에 관한 PWG 조사 조사'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넬리 량 재무부 국내금융 담당 차관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신속하고 강도 높게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넬리 량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에 초점을 맞춘 규제가 빠르게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페이스북 등 IT기업의 스테이코인 발행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IT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없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기업은 은행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로부터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반면 의원들 가운데서는 연방 차원의 규제가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패트릭 맥헨리 하원의원은 "주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며 "연방의 규제기관은 단일적으로, 모든 금융기관을 규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지역별 규정을 적용받는 다양한 유형의 금융기관이 아닌 연방은행만 존재하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021년 7월 PWG 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위원회(SEC) 위원장 등 5대 금융 관련 규제기관 대표가 참여해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성장 △지불수단으로의 잠재적 가능성 △최종 사용자와 금융 시스템,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등에 대해 논의 했다. 옐런 재무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적절한 미국 당국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PWG는 이에 따라 2021년 11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PWG의 보고서에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사관실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의 기준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또 의회가 연방예금보험을 가입한 은행이나 신용조합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의회가 가상자산 '지갑'을 제공하는 기업을 연방 감독하에 두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기업 간의 관계를 제한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규제기관들도 잇따라 '스테이블코인 규제' 목소리

미국 금융 규제 기관들도 앞다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NY Fed) 연구원들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의 미래가 아니다"라며 "DLT(분산원장기술)가 전통적인 금융에 도입되면 스테이블코인은 가장 좋은 결제 방법이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자산에 고정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한다"며 "중앙은행이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스테이블코인 성장 잠재력과 뱅킹 영향'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이 미국 연준 통화정책 안정성에 끼치는 잠재적인 영향과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가상자산 하락시 투자자는 스테이블코인 보유를 선호하며, 이는 시장 침체시 스테이블코인이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대량 인출, 대량 상환은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유동성 품질에 대한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뱅크런 촉발해 실물경제 영향" 우려..결국 자산공개까지

시장에 충격이 발생해 특정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들이 대거 미국 달러로 교환을 요구한다면 스테이블코인 발행회사가 파산하거나 '뱅크런' 등 금융시장 혼란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가상자산의 경우 빠른 송금시간과 낮은 수수료 등을 장점으로 하지만 높은 변동성 때문에 실제 경제활동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법정화폐 등에 고정돼 있다보니 빠른 속도로 실물 경제를 파고 들고 있다. 하지만 시장 충격 발생시 대응을 위한 적절한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리먼 브라더스처럼 과거 은행들도 투자를 잘못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지만, 당시에는 달러 발권력을 이용해 구제를 해주는 등 대응이 가능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이같은 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비할 기초법안도 없는 상태라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리스크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지난해 자산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하는 테더는 지난 2021년 3월 USDT 발행량의 76%에 해당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업 어음, 단기예금 등)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외 나머지 발행량에 상응하는 자산은 담보 대출, 채권, 비트코인 등 투자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행량 기준 USDT를 꺾고 1위로 오른 USDC의 써클 역시 지난해 준비자산 중 61%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라고 공개했다.
13%는 미국내 외국 은행 지점들이 발행한 예금증서(Yankee Certificate of Depositive), 12%를 미국 국채, 9%가 기업 어음이라는 것이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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