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훼손 안돼" 뿔난 개미… 큰손 국민연금도 움직인다

      2022.02.09 17:29   수정 : 2022.02.10 08:40기사원문
최근 개인주주는 물론 기관투자자들까지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LG화학, SK케미칼 등 대기업의 물적분할 상장, 기업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잇따르면서 주주권 방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해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 SK케미칼의 주주인 안다자산운용 등이 주주권 행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핵심사업을 떼내어 자회사를 만들기 위해 물적분할이 이루어지면 기존 모회사의 가치는 통상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분할 및 상장으로 SK케미칼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이 IPO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정작 LG화학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물적분할을 예고하고 있어 주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점이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대기업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나서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기업은 261개사에 달한다. 이 중 10% 이상 보유 지분은 총 44곳에 이른다.

실제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주체를 기존의 기금운용본부에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소송이란 회사 이사가 법과 정관 위반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주주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5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다루는 회의를 개최하고 소제기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재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소액 주주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7일 진행한 좌담회에서 "세계에서도 정부 지배하에 있는 공적 연기금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벌이고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역시 "국민연금은 여의도 증권회사와 존재 이유가 다르다"며 "사회정의를 바로잡는 게 국민연금 역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뒤따라 몸 푸는 운용사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들도 3월 주주총회 일정을 앞두고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분위기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 8일 SK케미칼을 상대로 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기했다. 이는 상법 제396조 제2항에 따라 주주에게 주어지는 권리로, 해당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다른 주주들의 신상정보 및 의결권 등 지배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소액주주 소송이나 경영권 분쟁의 시작점으로 인식된다. 안다자산운용은 '안다ESG일반사모투자신탁제1호'와 역외일임펀드, 동참의사를 표시한 일반 개인주주들을 합쳐 SK케미칼 지분 1.55%(약 27만3693주)를 보유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12월 23일 BYC에 대한 투자목적을 기존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전환하며 주주활동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후 BYC를 상대로 보낸 주주서한에 △내부거래 감소 △유동성 확대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 △정기적인 투자자 관계(IR) 계획 수립 △무수익 부동산자산의 효율적 활용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외 주주행동 주의를 표방하는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지난해 SGC이테크건설, KISCO홀딩스와 동아타이어 경영진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며 주주행동 대열에 동참했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운용 대표는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다.
최근 상장사들도 주식 가치 상향으로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 코웰페션, 미원에스씨 등이 7~10%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해 주주친화 정책에 나섰다"고 짚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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