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천성일작가 "이 단어 강박적으로 피했다"

      2022.02.10 14:29   수정 : 2022.02.10 14: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천성일 작가가 대본 집필 당시 강박적으로 쓰지 않은 단어가 있다고 밝혔다.

천성일 작가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 제작&비하인드 코멘터리 동영상에서 “그건 바로 ‘아이들’이라는 단어였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대본 집필 당시 관계에 집중했다"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무려 30년이나 돼 요즘 학생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알수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앞서 이재규 감독 역시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요즘 청소년들의 말투나 문화 등을 담고자 애썼다"며 "다행히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돼 대본 모니터링을 부탁했고, 10~20대인 배우들에게도 자주 이게 맞는지 물어봤다"고 밝힌 바 있다.



천성일 작가는 해당 동영상에서 “큰 재난이 닥쳤을 때나 반대로 제일 행복할 때, 그때 가장 도드라지는 게 관계다”며 “누구와 슬픔을 나눌지…그래서 (대본에서) 관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누구와 친하고, 그게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 등을 고민했다. (문제는) 요즘 학생들이 서로 어떻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라. 감독님도 나도 고등학교 졸업한지 30년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본을 쓸 때, 가장 경계한 단어가 아이들이었다. 대본에 그 단어가 없다. 학생들을 아이들로 생각하는 순간, 어른의 시선으로 글을 쓸까봐, 강박적으로 그 단어를 지웠다”고 부연했다.

원작을 보면서 대본을 쓰기로 결심한 장면도 꼽았다. 동급생 친구의 악의로 좀비가 된 장면이다. 극중 부잣집 딸인 나연은 재난 발생 후 시종일관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급기야 평소 무시하던 가난한 동급생 경수를 의도적으로 감염시켜, 죽음으로 내몬다. 경수가 좀비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시선으로 겁에 질린 친구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펼쳐진다.

천작가는 “원작에서도 좀비의 시점에서 사람들을 보는 설정이 나왔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웹툰을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나연의 악행은 반장 남라의 폭로로 알려진다. 남라는 나연이가 자신의 손수건에 좀비의 피를 묻혀, 경수의 상처부위에 갖다 대 감염시켰다는 사실을 친구들 앞에서 폭로한다.

남라 역할의 조이현은 “남라가 나연의 행동을 목격했고, 그걸 폭로하는 바람에 나연이가 (좀비가 우글거리는) 교실밖으로 나가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 때문에 나연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당시 연기할 때) 감정이 복잡했다”고 회상했다.

이재규 감독은 극중 나연에게 연민의 감정을 내비치면서 모든 일을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와 같이 이분법으로 나누기 힘들다고 했다.

이감독은 “나연이가 (경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 입장이지만, 나연이를 죽음으로 몰게 되는 상황 자체도 비극적”이라며 “(친구들의 비난과 분노가 쏟아지자) 나연이는 ‘기댈 데가 없네’라며 교실 밖을 나가는데, 나연의 행동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안좋았다. 가해자,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나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유미가 연기했다. 이감독은 “처음 대본엔 나연이의 집안사가 좀 있었는데 정리됐다”며 “나연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파동을 일으키는 인물로 단순 악역으로 끝나길 바라지 않았다. 복잡한 히스토리 갖고 악행을 저지를 배우를 찾았고 이유미에게 주목했다”며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윤찬영, 박지후, 조이현, 로몬은 이날 친구들이 옥상에 둘러앉아 모닥불을 피어놓고, 서로 마음을 터놓은 장면을 꼽으며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배우 임재혁은 옥상신에서 부르는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했다. 윤찬영은 "나는 지금도 가끔 그 노래를 흥얼거린다"고 했고, 로몬은 "그 장면을 찍을 때 정말 추웠는데,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재규 감독은 "너무 추워서 컷하면 배우들이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서로 온기를 전했다"고 했고, 조이현과 윤지후는 "마치 펭권 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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