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공정 안정화 높여야 TSMC 잡는다" 삼성 품질경영 고삐
2022.02.13 18:35
수정 : 2022.02.13 21:37기사원문
■TSMC와 파운드리 격차 확대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투자·인력·실적 등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
TSMC는 올해만 최대 440억달러(약 52조7000억원)를 파운드리 설비투자에 쏟아붓는다. 지난해보다 47%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오는 2024년까지 TSMC가 예고한 투자규모만 1000억달러(약 120조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40조~45조원 투자를 웃돈다. TSMC는 수천억원에 육박하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도 삼성전자보다 2배가량 더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 인력도 삼성전자는 2만명 안팎으로, 6만명 수준인 TSMC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TSMC 영업이익률은 41%로, 한자릿수대로 추정되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크게 앞섰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선언했지만 실제 투자규모는 TSMC가 더 많다. 2위인 삼성전자가 추격하지 못하도록 TSMC가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승부수를 던진 전장은 3나노 이하 선단공정이다. 선단공정 개발 능력은 삼성전자와 TSMC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3나노 양산에 돌입한다. 하반기 양산을 계획 중인 TSMC를 시기상 앞선다. 특히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차세대 트랜지스터 제조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하는 반면 TSMC는 기존 핀펫 방식을 유지한다.
■선단공정수율 안정화 '빨간불'
양산 능력은 개발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는 GAA 기술은 3면의 핀펫 대비 성능 향상 및 소비전력·면적 감소 등 앞선 기술로 평가되지만, 구조가 훨씬 복잡해 수율 안정화의 난이도도 높다.
수율이 낮으면 불량품이 많이 나와 수율 관리는 고객사 신뢰와 직결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신공정 도입 초기의 뼈아픈 시행착오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EUV 기술을 적용한 7나노 생산에 성공했지만 수율 안정화 실패로 양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기존 불화아르곤(ArF) 노광기술을 유지한 TSMC에 고객사 수주를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는 무리한 첨단공정 설계·개발 기간 단축이 수율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선행개발을 담당하는 반도체연구소는 최근 준양산화, 3세대에 걸친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정해진 일정에 비해 인력과 설비가 부족한 탓에 연구원 1명당 2~4개까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로 인해 선단공정 양산 수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공정 양산 초기 수율이 한자릿수에 머무는 등 공정 단위가 낮아질수록 수율 안정화에 애를 먹으며 흑자 전환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퀄컴은 4나노 수율 문제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세대(GEN) 1'의 개선 버전의 생산물량을 TSMC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해 수율을 낙관할 순 없지만, 삼성전자가 TSMC보다 빠르게 3나노를 양산하는 만큼 먼저 공정기술을 개선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