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 스가 전 총리 재등판설 모락모락

      2022.02.21 16:05   수정 : 2022.02.21 16:05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휩쓸려 1년 단명정권으로 끝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총리직 재등판' 내지는 '킹메이커'로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는 관측이 속속 피어나고 있다. '스가파' 결성시,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 바로 다음의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 주목할 만한 사건은 지난 8일 사토 쓰토무 자민당 전 총무회장의 아소파 탈퇴 선언이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맹우인 아소 다로 전 부총리가 이끌고 있는 아소파의 회장대리를 맡을 정도로 아소파 핵심 인사다. 2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이 소식을 스가 전 총리에게 가장 먼저 전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국회의원 선거 '당선 동기'(1996년)로 서로의 이름을 부를 정도로 격의없는 사이다.

사토의 아소파 탈퇴 소식에 일본 정계가 술렁거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거리가 있는 두 사람이 '스가파'라는 새로운 정치세력 결성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된 것이다. 사토는 최근 주변에 "스가 전 총리가 중심이 되면 70명의 세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고 있는 아베파가 90명대다. 아베파에 이은 2위 파벌로 올라설 수 있다는 얘기다. 스가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비기시다파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전 간사장이나 니카이파 소속 의원들의 스가 전 총리와의 잦은 회동도 주목거리다.


스가 전 총리 재등판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 초반 속도감을 보였던 기시다 총리의 코로나 대응이 최근 무뎌진데다, 코로나 3차 접종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차라리 스가 총리 때가 나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가 정권의 업적을 재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본의 주요 일간지, 온라인 매체 등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자위대를 동원해 대규모 백신 접종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백신 접종에 속도를 냈던 것이나
가까스로 도쿄올림픽을 완수했던 것, 디지털청을 만들고, 행정개혁을 추진했던 것, 무엇보다 공무원 사회를 휘어잡고 '일하는 내각'이란 느낌을 줬던 것 등이 뒤늦게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재임 당시에는 '인기없는' 총리였지만, 퇴임 후에는 '구관이 명관이다'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정치기반이 취약해질 수록, 지지율이 하락할수록, 구관에 대한 향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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