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포에 방탄헬멧, 턱시도 대신 전투복..우크라 부부의 '늦깎이 결혼식'

      2022.03.08 04:59   수정 : 2022.03.08 04: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의 참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22년차 부부의 늦깎이 결혼식이 열려 화제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위치한 검문소에서는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대신 전투복을 입은 신랑 벨러리 필리모노브와 신부 레시나 필리모노바의 사연을 소개했다.

열흘 전만해도 신부는 지역 스카우트 연맹 대표였고 신랑은 IT(정보기술) 기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포격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이들은 생계를 내려놓고 러시아의 침공 직후 국토방위군에 자원해 각자 부대로 배치를 받았다. 이후 열흘 만에 결혼식장에서 서로 얼굴을 봤다.


이날 신랑, 신부 뿐 아니라 주례를 맡은 신부도 하객들도 모두 전투복 차림으로 결혼식에 참석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의식으로 치러진 결혼식에서 신부는 머리 위에 왕관을 쓰지만, 이날 신부의 머리 위에는 왕관 대신 방탄헬멧이 씌워졌다.


방탄조끼를 입고 참석한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 시장은 "이 부부는 정교회식 결혼식을 따로 올리지 않고 함께 살다 이제야 식을 올리기로 했다"며 "전쟁 속에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계속 살아나간다"고 말했다. 부부의 딸 루슬라나(18)는 영상통화로 결혼식을 지켜봤다.

이어 커플이 키스를 나누자 하객들은 "가족에게 영광을! 가족에게 영광을!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이라고 외치며 조국 수호 결의를 다졌다.

이후 머리 위를 나는 드론에서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객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하객들은 한 손에는 무기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신부에게 축하의 의미로 건네는 흰 장미를 들었다.

신랑인 발레리 필리모토프는 "여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있고, 이를 자키기 위해 군대에 합류했다"며 "적에게 이를 넘겨줄 생각은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한편 유엔 인권사무소는 7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민간인 수가 4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날 인권사무소는 개전 일인 지난달 24일 오전 4시부터 이날 0시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406명, 부상자는 801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는 27명에 달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