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는 김에 카페라도?" 선거일 확진자 이탈 우려 증폭

      2022.03.09 16:30   수정 : 2022.03.09 16: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 확진자 투표와 관련한 방역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표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선 확진자가 격리지를 이탈해도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양심에 맡겨진 자가격리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하고 올게" 격리지 이탈해도 적발 어려워
9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20대 대선 본 투표가 진행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도 투표할 수 있다. 확진·격리자는 오후 5시50분부터 일시적으로 외출이 허용된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확진자의 외출시간을 오후 5시30분으로 밝혔으나, 5시50분으로 20분을 늦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일반 선거인과 확진자 동선을 분리하고, 격리자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확진·격리자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와 관련한 방역 허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투표소에 사람이 얼마나 몰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확진자는 실·내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일이 발생하기 쉽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비확진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외출 시간도 연장될 수밖에 없다. 지난 5일 사전투표 당시에도 확진자의 대기시간이 길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확진자의 격리지 이탈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투표소 이외에 다른 장소를 방문해도 이를 확인하거나 제어할 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일일이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격리 여부는 사실상 양심에 맡겨져 있다. 격리지를 무단 이탈한 확진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적발되기는 어려워 '유명무실'한 모양새다.

코로나19 재택치료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자가격리와 관련한 일탈 사례는 이미 수차례 문제시된 바 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배달기사가 배달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이 배달기사는 "일단 약 먹고 버텨 보겠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고 적어 비판을 받았다.



■"자가격리 이탈자, 확진자 증폭 원인 중 하나"

해외입국자 사이에선 확진자와 함께 투표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외입국자는 PCR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입국 후 7일간은 자가격리자로 구분되는데, 투표를 하기 위해선 확진자와 함께 줄을 서야 해 감염 위험이 높다는 목소리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선거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투표를 하고 격리지로 돌아가지 않은 확진자가 음식점이나 카페 등 실내를 이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확진자가 폭증하는데도 일부 국민들의 긴장감은 오히려 느슨해진 거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격리를 이탈한 확진자는 지금의 확산세를 초래한 큰 원인 중 하나"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키려 노력하지만 예외적인 사람은 늘 있지 않나. 정부의 방역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이를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 상태"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코로나 확산세를 언급하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를 성급하게 완화하고 자가격리와 치료를 자율에 맡기다 보니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결국 국민 중 상당 수가 코로나에 감염되고 나서야 확산세가 정점을 내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