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수위, 설치면 실패한다
2022.03.13 18:53
수정 : 2022.03.13 18:53기사원문
인수위는 새 정부 5년의 행로를 좌우하는 첫 관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그리며 운영 전반을 짜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주어졌다. 이런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안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인수위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대형 악재는 이미 우리 경제에 퍼펙트스톰을 예고했다.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성장 잠재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우리 사회 분열과 갈등의 골은 극한으로 벌어져 있다. 이를 극복할 과제들을 인수위는 차분히 점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수위는 겸손한 태도로 점령군 행세를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학 대가'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새 정부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점령군 행세를 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승리에 취해 인수위가 선을 넘는 태도를 보인다면 신구 권력 간 불필요한 충돌을 부르게 된다. 성공적인 정권인수에 방해만 될 뿐이다. 이번 선거는 0.73%p, 24만여표 차이로 결판이 난 초유의 접전이었다. 오만을 경계한 국민의 뜻을 되새겨볼 때 인수위 완장을 찬 점령군 행보는 더더욱 가당치 않다.
낮은 자세로 현 정부의 협조를 구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들을 추리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 윤 당선인의 공약을 모두 충족시키려면 300조원 가까운 세금이 필요하다. 퍼주기 공약은 과감히 버리되 기업규제,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주 인수위원 24명에 대한 인선도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진정한 국민 통합"을 거듭 밝혔다. 그의 말대로 지역·계층·세대를 아우르는 능력 있는 전문가들로 새 정부의 출범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파를 초월한 과감한 인재발굴도 수반돼야 한다. 취임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인수위의 슬기로운 처신을 기대한다. 정부도 이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