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품귀, 민낯 드러낸 K방역
2022.03.21 18:35
수정 : 2022.03.21 21:19기사원문
정부는 전문가 예측을 종합한 결과 지난 12일부터 오는 22일 사이에 정점이 예상되며, 23일 이후에는 점차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확진자 수가 매주 배로 불어나는 '더블링' 현상은 멈췄지만 실제 유행이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했는지는 23일 이후에 확인될 전망이다. 이날 사적모임 확대로 감염 규모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확산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사망자·위중증 환자는 줄지 않는 게 문제다. 20일 사망자는 329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누적 치명률은 0.13%다. 위중증 환자도 2주째 100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는 향후 2∼3주 후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와중에 의료현장에선 먹는 치료제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계약물량은 76만2000명분으로, 현재까지 16만3000명분(21.4%)이 들어와 절반 이상 사용됐다. 물량소진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다 보니 재고가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복용해야 입원과 사망 확률을 88% 줄일 수 있는 약인데 처방을 받아도 약국에서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팍스로비드 부족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물량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뒤늦게 정부는 미국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제품명 라게브리오) 10만명분을 이번주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몰누피라비르는 당초 임상시험에서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30% 수준으로 낮게 나타나 긴급사용 승인이 보류된 상태였다.
지난해 적기 공급을 놓쳐 일어났던 '백신 대란'의 재현을 보는 듯하다.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데 방역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발표와는 달리 가장 중요한 치료제를 제대로,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정책실패가 또 한번 반복되고 있다. 팍스로비드의 빠른 처방과 복용이 가능한 공급체계 구축을 정부에 강력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