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에서 1년 살아보기... 야구팬 아니라도 입덕 게이트"

      2022.03.25 04:00   수정 : 2022.03.25 04:00기사원문

"왜 우리는 이렇게 야구를 못할까", "5등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안 되니까…" "(하지만) 매년 기대는 해요." 여기에 만년 꼴찌를 사랑하는 '보살'이라 불리는 팬들이 있다. 2020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인 18연패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 2021년 시즌을 맞이해 '리빌딩' 3개년 계획을 세우고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를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리빌딩을 천명한 첫 해에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왓챠 오리지널로 공개된 '한화 이글스:클럽하우스'는 2021년 열린 한화의 144회 전 경기를 기록한 6부작 다큐멘터리다. 총 240회, 3845시간의 촬영 분량을 바탕으로 프론트(구단의 사무 조직)와 선수단의 변화, 그리고 그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지난 40년 기아 타이거즈 팬이었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한화 이글스에 '입덕'한 한경수 프로듀서는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욕망이 부딪히고 밀고 당기는 우리 사회,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경원 감독, 이우리·한경수 PD 등 제작진과 나눈 일문일답.


―꼴찌의 역전드라마를 기대했나? 왜 한화 이글스였나.

▲이PD : 리빌딩 성적은 상관 없었다. 애초 성적 이면의 것을 담아낼 예정이었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팀이라 선택했다.
더욱이 그들은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방점을 뒀다.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박감독 : 승패가 엇갈리는 곳에서 촬영한다는 자체가 녹록치 않았다. 특히 연패 기간의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또 리빌딩이라는 무형의 변화를 시각화된 영상으로 담아야 한다는 점도 어려웠다.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 속에서 팀이 어떤 경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는지, 궁극적으로 이 팀은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가 그 변화의 흔적을 담고 있는지 자문하는 시간이 많았다. 한화 이글스 구성원들에게 인터뷰할 때마다 물었는데 나중엔 그들이 우리에게 되묻곤 했다. "우리 잘 가고 있냐고"고.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순간은.

▲박감독 : 수베로 감독이 경기에 진 후 분을 참지 못하고 선수 락커룸에 쳐들어가 격노한 순간. 그때 카메라를 든 내 손이 막 떨렸다. 감독이 무서워서 떠는지, 극적인 순간을 찍고 있다는 희열에 떠는지 모를 정도였다.

―편집 과정에서 중시한 부분은.

▲박감독 : 시즌 성적이 나온 상황이라 결과 이면을 입체적으로 담는 데 중점을 뒀다. 또 프론트의 의사결정이 클럽하우스에 주는 영향, 반대로 경기장 사건이 프론트에 주는 영향 등 야구단의 구조가 잘 보이게 에피소드들을 엮었다. 스포츠 다큐이면서 오피스 다큐적인 면이 있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많다.

―1년 넘게 지켜본 한화 이글스는 어떤 팀이었나.

▲박감독 : 팬을 우선시하는 팀. 선수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사건 등 카메라를 잠시 꺼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내밀하고 민감한 순간이 많았는데 팬들을 위해 (촬영에) 협조해줬다.

―수베로 감독이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면서 "몇 번 실패해도 괜찮다, 그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PD : 정말 그 말씀을 시즌 내내 하셨다. 듣는 선수도 지겹고 말하는 자신도 지겨울법한데 끊임없이 강조했다. 실제로 (신인 선수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부여했고, 과연 그게 지켜질지 선수도 제작진도 의심했지만 그걸 지켜냈다.

▲박감독 : 울림이 큰 말씀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정말 좋은 '어른' 같다.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모습에서 뚝심을 봤고 2군에 내려가거나 방출되는 선수들에게 직접 이유를 설명하며 보듬어주는 모습에서 포용력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달변가여서 락커룸 연설을 듣고 있자면 나 역시 무언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올해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

▲박감독 : 임종찬 선수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 그들과 악수를 했을 때 너덜너덜해진 손의 촉감에 놀란 적이 있다.

▲이PD : 하주석 선수. 클럽하우스의 리더로서 어떻게 성장하는지 한눈에 보인다.

▲한PD : 매년 10여명의 선수가 방출되고 다시 들어오는데, 경기장뿐만 아니라 구단 내에서도 선후배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들 모두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

―팬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는.

▲박감독 : 일단 야구팬이라면 즐길거리가 많다. '야구단에서 1년 살아보기'를 많이 상상하는데, 우리 팀이 그걸 대신했다. 동시에 이 작품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이PD :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한 구단을 1년간 지켜보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야구 미생(未生)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거꾸로 그들의 야구 인생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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