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탱크 킬러·공중의 혹멧돼지 'A-10'

      2022.04.02 23:54   수정 : 2022.04.03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A-10 썬더볼트 Ⅱ는 많은 전문가가 다루어 왔지만 현재 주한미군에서 운용되는 기체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필자도 군사전문 시리즈를 작성하면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테마로 간략히 살펴본다.

A-10은 1990년대 직전엔 모두 퇴역시켜 노후 전투기 보관소로 가거나, 일부 기체는 미 육군항공대나 한국군한테 넘겨주는 계획까지 나왔지만 1990년에 걸프 전쟁이 발발하고, 막상 실전에 투입시켜보니 공격기로써는 장시간인 보통 체공 시간이 1시간 이상이나 되며 막강한 무장 탑재 능력과 전과를 지켜본 미 공군이 생각을 바꿔 본격적인 논의가 되기 전에 무산된 바 있다고 알려져 있다.

A-10은 이라크전 당시 스커드 미사일 포대 공습, 파괴임무에 투입돼 간단하고 튼튼한 구조 덕에 고장과 피탄에 강해 지상포화에 견뎌 어떻게든 살아돌아오는 사례에서 강한 생존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특히, 콕핏 주위는 타이타늄 장갑으로 구성된 욕조 같은 구조에 의해 파일럿과 조종장치를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미국이 개입한 각종 분쟁에 참가해 꾸준히 전과를 올리게 된다.


첨단화되는 현대 전장에선 가면 갈수록 공중의 장악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지구촌 많은 국가에서 많은 국방비를 쏟아부으며, 전투기 등 군용항공기를 자국에서 개발하거나 선진 강국으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그런데 군용항공기 중에서 '전투기'는 하늘을 지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공격기'와 혼동을 가져오기도 한다.

군용항공기는 우선 숫자 앞에 붙은 알파벳으로 맡는 임무를 구분한다. A는 공격기(Attacker), F는 전투기(Fighter), B는 폭격기(Bomber), C는 수송기(Cargo), T는 훈련기(Training), E는 전자전기(Electronics), H는 헬리콥터(Helicopter)를 의미한다.

공격기는 공대지 즉, 지상의 목표인 지상군이나 함선을 공격하기 위한 임무에 특화된 기종이다. 전투기는 적기의 공격과 아군기의 호위를 주임무로 한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공격기는 적군 지역으로 침투해 주요 장비나 시설 등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반면 전투기는 아군의 공격기를 호위, 방어하거나 적군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전투기 중에서도 적군 영공을 장악하는 역할의 '제공전투기' 또는 '공중우세기'가 있고 적군의 공격기와 폭격기를 격추하는 '요격 전투기'가 있다.

공중전과 지상전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군용항공기도 있지만 어디에 최적화를 하느냐에 따라서 전투기와 공격기로 나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엔 기체의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고 기술의 발전으로 전투기와 공격기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제공권 장악과 요격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이른바, 멀티롤이 가능한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F-22 랩터는 대표적으로 공중전에 최적화되어 하늘을 장악하는 제공전투기 기종이며 공격기는 여러 기종이 있지만 A-10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A-10은 공격기로써 독특하게 단좌형, 두 개의 엔진, 직선날개를 가진 미국의 제트 비행기(TF34-GE-100A 고바이패스 터보팬 엔진, 최대 시속 700Km)로 페어차일드사에서 만들었고 미국 공군의 근접항공지원 항공기로 탱크나 기계화부대, 다른 지상에 있는 목표물들을 최저고도로 날아가면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최대이륙중량 23톤으로 F/A-18과 같은 무게이며, F-16보다는 무겁다.

A-10은 미국 공군 최초로 '근접항공지원(CAS, Close Air Support)' 전용기체로 만들어졌다. 2차 임무로는 지상 표적에 대해 다른 항공기를 인도하고 공수를 위해 항공관제를 제공한다.

정식명 'A-10 썬더볼트 Ⅱ(Thunderbolt Ⅱ)' 이름 뒤에 Ⅱ가 붙은 이유는 이미 2차 세계대전에 같은 이름의 기체를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리퍼블릭 P-47 썬더볼트(Republic P-47 Thunderbolt)이다. A-10의 썬더볼트는 그런 이유로 뒤에 Ⅱ가 붙었다. 전투용 비행기 중에서는 거의 탱크에 가까울 정도로 튼튼한 기체다.

때문에 A-10의 파일럿들이 붙여준 또 다른 별명은 워트호그(Warthog 혹멧돼지), 줄여서 '호그(Hog)'로도 많이 불린다. 그 덕에 A-10은 특이한 노즈아트를 한 기체들이 많다. 상어이빨 그림과 별명인 혹멧돼지 이빨 그림을 그린 경우도 종종 있다. 미 공군은 이런 노즈아트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데 A-10은 그 규정이 제정되기 전에 배치돼 예외를 인정받았다.

그간 냉전 종식과 함께 A-10처럼 인파이팅을 벌여야 하는 전술기의 존재가 애매하게 돼 미국 내에서 A-10의 운용유지비와 기체 속도 등을 이유로 퇴역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최근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과 기갑부대 등 지상전력 위협이 증가하면서 주한미군은 배치된 A-10을 10여년 더 운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주한미군의 오산기지에 배치된 A-10 24대는 기체 수명 연장을 위해 날개 개량 작업을 진행해 내부 배선까지 교체, 개량하고 새 날개는 정비 없이 최대 1만시간 비행까지 견딜 수 있다고 알려졌다.

A-10 기체는 탄생 목적 자체가 근접항공지원(CAS)이 주임무로 무거운 중무장을 특성으로 한다.

CAS는 적지에서 지상군이 진격할 수 있도록 적의 보병부대와 기갑부대, 포병기지와 미사일기지 등의 제거를 위한 공중 화력지원을 말한다.

CAS 임무는 이미 충분히 제공권이 확보되어 있을 때 펼치는 작전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보다는 선회능력과 장시간 체공 능력에 특화돼 있다.

A-10의 속도는 전투항공기로써는 아주 느리지만 저고도 저속 기동 능력이 있어야 지상 타깃의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탱크나 보병전투차량을 잡기 위해 고가의 미사일 탑재를 배제하고 느린 속도에서 캐틀링포나 비유도식 로켓(주로 탑재한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6발)을 주요 공격 수단으로 선택했다.

반면 이런 저고도 공격에서 적의 대공무기로부터 강력한 방어능력의 필요해 튼튼한 장갑이 채용되었고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A-10은 외형을 보더라도 전형적인 전투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제공권이 확보되면 지상군 지원을 위해서 출격을 하는 공격기로 저공비행으로 지상군을 파괴하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다.

전투기보다는 느리지만, 장시간 체공·엄청난 무장 탑재·튼튼한 구조로 든든한 지상군 지원 능력을 보여주는데 앞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관포는 적에게는 큰 두려움을 주는 존재다.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서 비싼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보다 A-10이 출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군사전문가 일각에서는 2020년대를 넘어 2030년대에도 계속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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