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7% 넘어 8% 가나...2030 영끌족 '비상'
2022.04.15 07:00
수정 : 2022.04.15 07:00기사원문
한은, 기준금리 0.25p 올리면 가계 연간 이자 부담 3.3조 늘어
한경연, 기준금리 2.86%까지 오를 수도…이자부담 345만원↑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1.5%로 올리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 투자)족과 취약계층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2~3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차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때 가계 연간 이자 변동 규모는 3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값으로, 차주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금액은 16만4000원 수준이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전날까지 0.25%포인트씩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8개월간 불어난 가계 이자 부담액은 약 13조원, 1인당 평균으론 약 65만원 수준이다.
만약 올해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오를 경우 가계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20조원, 1인당 평균으론 약 97만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86%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경우 현재 6% 중반의 주택담보대출의 상단은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전날 내놓은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2.33%로 추정하고, 한국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조할 경우 국내 기준금리는 2.8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33%로 오르고 한국이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할 경우엔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은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단 것이다. 한경연은 적정 기준금리 차이인 0.53%포인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가 기존 1.25%에서 1.61%포인트 인상된 2.86%가 돼야 할 것으로 봤다.
한경연은 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6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대출 금리는 1.9%포인트 상승해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4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비율(57.4%)과 전체가구 수(2030만가구)를 감안하면 가구 당 이자부담은 345만원씩 늘어난다.
이처럼 가파른 금리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그간 빚을 내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한 '영끌'·'빚투'족과 대출로 생계를 이어온 자영업자 등의 이자상환 부담 역시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빚투', '영끌' 등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거나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하는 20·30대 청년층이 급증한 상황이다. 지난해 2분기 20·30대 청년층 가계대출은 전년동기 대비 12.8% 늘어 여타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웃돌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30대 가구주의 부채는 평균 1억1190만원으로 40대(1억2208만원) 다음으로 많았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11%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또 30대 금융부채 보유가구 비율은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증가하며 76.8%를 기록했으며, 30대의 금융부채 또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9404만원을 기록했다.
20·30대 청년층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도 이미 감지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각 연령별 차주 중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청년층이 6.6%로 타 연령층(5.8%)보다 높게 나타났다.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도 지난해 1분기 말 5%에서 연말 5.8%로 타 연령층과 달리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20·30대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른 연령층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대내외 여건 악화 및 금융지원·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현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청년층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빚으로 겨우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매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소상공인 매출액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5%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43% 감소하면서 소상공인의 출혈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은 월 평균 158만원 수준으로, 월 평균 이자비용인 76만원을 납부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반면 자영업자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지난해 말 기준 909조6000억원을 기록, 2012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2020년 12월 말 대비 13.2%(103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속도인 7.6%보다 1.74배 빠른 속도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완화적 금융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그간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청년층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기관은 대출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하여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하고, 정책당국도 취약차주의 신용위험 증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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