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터져도 처벌 없었다…'유령법' 된 중대법

      2022.04.24 18:33   수정 : 2022.04.24 18:33기사원문
중대재해처벌법이 '유령 법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시행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중대재해 사고 예방은커녕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사고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태껏 처벌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애초부터 모호하고 과도한 처벌 규정을 뒀기 때문에 실제 사건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강도를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법 개정 작업까지 장기적인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논란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


2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한 전체 산재 사망사고는 123건, 사망자 수는 134명(4월 14일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대재해법 적용사고는 총 48건, 사망자는 55명이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받는다. 위반 정도에 따라 1년 이상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시행 전부터 강력한 처벌과 모호한 규정 등으로 인해 재계의 우려가 많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올해부터 법 시행을 강행했다. 경영자 처벌이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법 시행 100여일에도 산재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5일에는 하루에만 서울 서초구, 부산 연제구, 경기 청주시, 경남 거제시 등 4곳의 사업장 및 현장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예방 효과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고 건수와 사망자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 처벌을 받는 대상은 아직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중대재해법 적용 1호' 사건으로 주목받은 '삼표산업'에 대한 수사는 석달째 가시적인 성과 없이 아직 진행 중이다. 삼표산업은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로 노동자 3명이 숨지면서 중대재해법 수사 1호 대상에 올랐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인 지난 1월 29일 발생했다.

고용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곳도 '두성산업' 한 곳뿐이다. 경남 창원 두성산업에서는 지난 2월 10일 급성중독으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했다. 고용부는 사고 발생 두 달 만인 지난 11일 두성산업 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첫 기소 의견 송치다. 이후 과정은 검찰에서 공소 제기 후 재판이 열리는 절차로 진행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으로 기업들이 안전 예산이나 인력을 대폭 늘렸지만 기업과 경영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도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벌 수위를 완화하고 법안의 모호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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