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유용 등 해마다 30~40건… 준법감시·소비자보호 ‘오작동’

      2022.05.01 18:43   수정 : 2022.05.01 18:43기사원문
금융권의 대형 횡령이나 사기 사건은 매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돈을 다루는 금융사 특성상 내부통제 기준이 일반회사보다 엄격한데도 해마다 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사들이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준법감시와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부통제에 반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에 치우쳐 있어 연일 대형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내부통제 미비가 낳은 결과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사들은 사내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돈을 만지는 금융사인 만큼 횡령 규모도 일반기업보다 대규모였다.
문제는 내부통제 미비와 도덕적 해이가 낳은 사고라는 점이다.

먼저 지난 2004년 우리은행에 합병된 우리카드 직원 2명은 400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 만에 일당 중 한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에는 조흥은행 자금결제 담당 직원도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전산조작을 통한 계좌이체 수법으로 회사 공금을 빼돌렸고 선물·옵션 투자로 횡령한 돈을 모두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개인의 증권계좌에 은행의 대규모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증권사의 제보로 범죄가 들통났다는 것.

지난 2012년에는 국민관광상품권 판매 대행을 맡고 있는 하나은행 직원이 3년간 기업들이 상품권을 수천만원씩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 판매상에게 이를 팔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된 상품권은 액면가 기준으로 174억원이었고, 그 직원은 20억원대를 챙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3년 본점 신탁기금본부 직원이 영업점 직원과 공모해 국민은행이 맡아놓았던 국민주택채권 중 소멸시효가 임박한 것들을 위조, 9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논란이 됐다. 지난 2017년에는 하나은행 천안지점 직원이 금고에 보관됐던 현금 13억원을 캐리어에 챙겨 달아나려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20년에는 IBK기업은행에서 한 직원이 4년간 가족명의 회사에 76억원을 부당대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출금은 모두 경기 화성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경기 부천의 연립주택 등 부동산 29채를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에는 하나은행 부산지점에서 대출담당 대리가 대출상환 일정을 임의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30억원을 부당대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해마다 증가하는 금융사고

이런 대규모 횡령 등의 금전사고 외에도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2016년 45건(3399억원), 2017년 26건(195억원), 2018년 42건(614억원), 2019년 32건(376억원) 등으로 해마다 30~40여건의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했다. 금융사고 유형별로는 횡령·유용이 90건(48.4%)으로 가장 많았고 사기 57건(30.6%), 배임 26건(14.0%), 도난·피탈 8건(4.3%) 순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유용은 총 67억6000만원 규모였다.

정치권, 금융권에서는 대형 횡령 사기사건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은행 국민관광상품권 사기처럼 일부 사건은 내부감사로 적발됐지만 대부분은 추후에 문제가 된 후 알려진다.


우리은행의 이번 횡령 의심사건도 마찬가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건 전형적인 내부통제 미비 사례"라며 "은행에서는 자금인출 등을 다 복수 체크하게 돼 있는데 그런 장치가 작동이 안 된 것"이라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은행 직원이 (고객의) 돈을 자기 계좌로 옮긴 것 자체가 내부통제의 문제"라며 "경영진, 이사회까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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