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인·감사위 등 제도 갖췄지만 금융사고는 계속됐다
2022.05.02 18:30
수정 : 2022.05.02 18:30기사원문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로 정의한다.
■CEO 의지·지원 없인 무용지물
'내부통제'가 처음 금융권에 등장한 건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다. 정부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인 제도를 2000년 4월 도입해 시행했다. '회사의 목표를 위해 모든 직원이 준수해야 하는 통제 과정'이란 모호한 개념 때문에 금융사들은 준법감시인을 둬 검사 매뉴얼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전적, 상시적 통제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준법감시인의 직급이 낮았고 겸직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제도 도입에도 은행권에서 고객예금 횡령 및 대출서류 변경 등 사고가 빈발하면서 정부는 2012년 또 한 번 내부통제 혁신 추진에 나선다. 역시 같은 방향으로다.
하지만 2년도 채 안돼 은행·카드사에서 정보유출이 만연하고 해외지점에선 부당 대출이 팽배했으며 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을 횡령하는 일도 일어난다. '무늬만 내부통제' 탓에 정부는 2014년 내부통제를 단순 구조에서 벗어나 조직문화로 자리매김시키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이때부터 임직원 개개인에 내부통제 의무가 주어졌고, 은행들이 '계륵'으로 여긴 준법감시인도 임원으로 위상이 올라간다. CEO도 최종책임을 질 수 있도록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명시된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8년, 증권사와 은행 해외지점에서 터진 각종 사고로 금융당국은 다시 한 번 내부통제 혁신에 나선다. 4년 전과 정확히 일치하는 방식이었다. 내부통제에 대한 이사회, 대표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준법감시인의 위상을 거론한다. 또 내부통제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우수 금융사엔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세 차례에 걸쳐 대대적 혁신, 개선을 내세웠지만 바뀌는 건 없었고, 유례없는 1금융권 거액의 횡령 사고에 맞닥뜨렸다. 2018년 내부통제TF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고동원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이 문제는 강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CEO들이 경각심을 갖고 직원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키고 지원도 많이 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게 법에 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상시감시인력 늘릴 듯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내부통제시스템 문제에 방점을 두고 제도를 부랴부랴 마련 중이다. 급격히 전산화된 시스템의 문제인지, 상시감시인력 감소 탓인지, 아니면 개인의 일탈과 윗선의 비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제도 정비를 준비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내부통제제도가 선진화되면서 금융사들이 오히려 상시감시인력 자체를 줄였다"면서 "이 지점을 위험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각 지점이나 각 부서마다 있는 감시인력을 늘리거나 결재라인을 더 두텁게 해서 금융사판 '오호담당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호담당제는 북한 주민 다섯 가구마다 한 명의 5호담당 선전원을 배치해 이들을 간섭, 통제, 감시하는 제도다. 재발방지 마련책으로 다중 감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은행의 사례처럼 한 명이 마음먹고 과감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시스템 문제인지, 직원의 악의가 더 큰 건지는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은행이 자체 내부통제 혁신TF를 구성해서 은행업무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취약점을 원점에서 재점검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내부통제 문제점을 진단하고 혁신방안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