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피해자 영상 진술 위헌…대법 "미성년 성추행 사건, 다시 심리"
2022.05.08 10:04
수정 : 2022.05.08 15: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피해자 영상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조항이 위헌 결정나면서 미성년자 성추행을 저지른 남성에게 선고된 실형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다른 법 조항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같은 조항이 있더라도 반대신문권 보장을 위해 다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당시 12세였던 의붓딸 친구가 잠을 자는 동안 신체 일부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으나 피해자 진술과 조사 과정을 촬영한 영상물 등이 증거로 인정됐다.
다만 구 성폭력처벌법의 '녹화된 수사기관의 조사에 동석한 신뢰관계인의 증인신문을 통해 진정성이 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미성년인 피해자의 직접 심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2심 판결이 나온 후, 헌법재판소는 피해자 영상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조항인 구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그 결정 대상 조항이 적용돼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사건에는 효력을 미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다만 구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 외에도 청소년성보호법에도 동일한 내용을 규정한 조항이 있는 만큼, 이 조항을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위헌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청소년성보호법 26조는 아직 유효하지만, 이미 위헌으로 선언된 성폭력처벌법 규정과 조문 내용이 동일해 하급심에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청소년성보호법의 위 조항이 위헌인지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해 진술을 듣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다.
한편, 성폭력처벌법 30조 6항의 위헌 결정으로 미성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원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이상,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조사과정을 촬영했더라도 피고인이 그 영상물을 증거에 부동의하는 경우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법원은 성범죄사건의 심리에 있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아동청소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