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공모가에 상장철회... IPO 주관사 시름 깊어진다

      2022.05.10 18:07   수정 : 2022.05.10 18:07기사원문
최근 SK쉴더스가 높은 몸값을 고수하다가 결국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상장을 철회한 가운데 IPO 대어들의 무리한 몸값 책정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이 계약을 따기 위해서 기업이 원하는 벨류에이션에 맞출 수 밖에 없고 증권사도 높은 수수료를 얻기 위해 이를 받아들 일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악순환에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6일 기업공개(IPO)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SK쉴더스는 지속적으로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전체 매출 중 물리보안 매출 비중이 약 60%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비교기업에 물리보안 업체 2곳, 사이버보안 업체 3곳을 넣어 성장 가치가 높은 사이버보안 업체를 발판 삼아 기업가치를 부풀리려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IPO 대어인 크래프톤도 시장의 관심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높은 벨류에이션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얻었다. 당시 이종 비교기업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미디어·엔터 종목인 월트디즈니(PER 88.8배), 워너뮤직(38.1배) 등을 포함하면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IPO 대어들이 몸값을 부풀리고 이로 인해 개미들 역시 높은 공모가로 피해를 얻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자 상장 주관 증권사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모주 인기가 높아지고 최종 공모가가 밴드 상단에서 결정되는 일이 많다보니 주관사 측에서도 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기업가치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모가가 높아져 최종 공모금액이 커지면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도 높아진다.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상장을 주관했던 KB증권은 1289억원, 크래프톤과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주관을 했던 미래에셋증권은 1094억원, 카카오페이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은 1081억원을 인수주선 수수료로 거뒀다.

하지만 증권사들도 높은 몸값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는 설명이다. IPO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벨류에이션으로 몸값을 책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IPO 담당은 "기업이 요구한 벨류에이션에 맞추지 않으면 딜을 따지 못하고 타 증권사에게 경쟁에서 밀리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몸값으로 상장을 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임원은 "IPO 대어들이 주제 파악을 해서 몸값을 정하고 전문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귀를 닫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단 최대한 몸값을 높이고 보자는 식의 태도로 IPO를 준비할 경우 지금처럼 증시 상황이 안좋을 경우 상장 철회 사례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의 요구대로 몸값을 책정했다가 SK쉴더스처럼 상장을 철회하게 되면 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주관사로 돌아가게 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이 철회되거나 중간에 딜이 깨지면 돈은 하나도 못 받고 고생만 한다"면서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에 높은 가격으로 지적받고 몸값을 낮춰 공모에 들어간다고 해도 시장에서는 외면 당해 결국 주관사만 욕을 먹는다"고 토로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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