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비행 드론'이 철로 점검…'웨어러블 에어백'으로 사고예방
2022.05.17 06:12
수정 : 2022.05.17 09:21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 충남 연기군 미호천 인근. 스스로 비행하는 드론이 길이 436m, 높이 18m의 철교를 상하좌우로 날며 샅샅이 살핀다. 사람이 조종하지 않지만 강한 물살이나 열차의 맞바람을 견뎌낸다. 상판을 지지하는 22개 교각 곳곳의 철근과 콘크리트를 훑으며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을 안전관리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지난 4일 '자율비행 드론 기반 철도시설물 자동화 점검 시스템'을 선보인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코레일은 자동 점검 시스템에 더해 '첨단 굴삭기' '입는 에어백'까지 도입해 중대사고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이력 자동 관리…접근 어려운 현장에 활용"
코레일에 따르면 드론 기반 점검 시스템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코레일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내 중소기업 등 7개 산학연 기관이 공동 연구에 나섰다.
자율주행차처럼 스스로 비행 경로를 선택한 드론이 시설물을 촬영하고 관제 차량에 전송하면 인공지능이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점검상황과 유지보수 기록이 중앙 서버에 기록돼 점검 일정과 보강 계획도 스스로 세운다. 모든 이력이 자동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드론 점검 시스템은 특히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 활용하기 적합하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넓은 강이나 높은 곳의 교량, 산 비탈면, 특고압 전류가 흐르는 가공송선로·철탑 인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시스템은 각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예컨대 평지가 많은 대신 선로가 복잡한 코레일 서울본부는 전차선 일대 사각지대 점검에 드론을 활용한다. 대전충청본부는 드론의 기동성을 활용해 낙석이 우려되는 선로변 비탈에 드론을 띄운다. 관할 지역이 넓고 하천이 많은 대구경북본부는 사고 예방에 중점을 둔다.
◇'첨단 굴삭기' 도입에 '웨어러블 에어백'까지…"중대사고 예방"
드론이 하늘에서 선로의 유지 보수를 맡는다면 땅에서는 첨단 굴삭기가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굴삭기 다짐 유닛'이 그것이다.
자갈로 채워진 선로는 열차가 운행하는 동안 처지기 마련이라 선로 높이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자갈 다지기 작업'이 필요하다.
다짐 유닛은 굴삭기의 삽 부분 대신 네 개의 막대로 구성된 유닛을 의미하는데, 고강도 철제 막대가 선로를 지지하는 침목 사이에 파고들어 자갈을 다진다. 특히 대형 장비를 투입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유용하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작업자 개인용 다짐 장비인 '핸드 타이 탬퍼'의 성능도 향상됐다. 주요 부품을 알루미늄 소재로 해 다른 장비보다 최대 38% 가볍게 제작됐으며 완충 고무를 활용해 진동과 소음으로 인한 작업자 피로도 줄였다. 동력도 기존 혼합 연료에서 휘발유로 바꿔 매연을 감소시켰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전국 60여개 소속에서 신형 핸드 타이 탬퍼를 사용하고 있다"며 "반복 작업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등 중대재해 예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과 다짐 유닛이 사고 예방에 초점을 둔다면 '웨어러블 에어백'은 사고 발생 시 작업자의 부상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웨어러블 에어백은 안전 재킷의 일종으로 추락을 감지하면 0.2초 내에 자동으로 팽창해 목과 척추 등 신체 주요 부위를 보호해준다. 코레일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추락사고로 인한 치명상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철도현장 239곳에 이 장비를 지급했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스마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철도 현장에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첨단 유지보수 기술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