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장이 블로그에 올린 금리인상 배경은? "숙제 미루면 밤새야...."

      2022.06.01 12:43   수정 : 2022.06.01 13: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달 31일 개설된 한국은행 블로그에 올라온 첫 글의 일부다. 이 글은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이 5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배경과 5월 경제전망에 대해 의견을 담아 올린 것으로, 한은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홍 국장은 금리인상 배경으로 물가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점을 꼽으면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며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 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학창시절 이야기를 언급했다.


먼저 그는 지난 5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급속한 물가오름세를 꼽았다.

그는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다"며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크게 높아져 지난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고, 5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2012년 10월(3.3%) 이후 최고치인 3.3%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물가 오름세 확대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원자재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국 연준은 지난 5월에 이어 6월과 7월에도 정책금리를 50bp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빠른 정책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추가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은행은 이러한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수요 압력 증대를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3.1%)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홍 국장은 국내경제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금리인상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도 각각 봉쇄조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공급차질 등으로 글로벌 재화 시장에서 초과수요 상황이 여전한 만큼 전반적인 수출 흐름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처럼 대외 리스크가 증대되었지만 대내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3월 이후 순차적으로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도 경기 회복세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행은 2차 추경이 민간소비 증대를 통해 올해 성장률을 0.2~0.3%p 가량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홍국장은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권 가계대출은 금년 들어 신용대출 순상환이 지속되면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에는 소폭 증가로 전환했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비율이 106.5%(2021년말 기준)로 OECD 37개중 4번째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이며, 주택 매수심리와 주택가격전망CSI가 3월 이후 반등하는 등 주택 수요 및 가격상승 기대도 여전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취약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최근의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둔화 추세가 기조적으로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대외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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