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정신에서 찾는 정치의 미래
2022.06.03 09:04
수정 : 2022.06.03 09:04기사원문
(서울=뉴스1) = 국회미래연구원 객원필진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4월, 스콧 버몬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의원실에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첫 한국 방문이라며 이번 방문에 매우 높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무엇에 대한 기대인지 묻자, '한국은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태동하는 곳이 아니냐'며 구글의 아태 총괄사장으로서 그 기대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의 말마따나, 지금 한국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또 성장하는 곳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혁신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증가율이 전체 기업 성장률인 3.1%보다 세 배 이상 높은 9.4%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속에서 낸 놀라운 성과다.
한국은 본래도 IT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나라였다. 구글은 전세계 검색 엔진 1위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용량이 압도적이다. 국내 이용자들의 요구수준은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며 매우 높아졌고, 정확히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찾으면 단번에 옮겨가기도 한다. 한마디로 기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인 셈이다.
그러나 덕분에 국내 IT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 못지않은 수준을 가지게 되었다. 국민들도 자연스레 국내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보인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보다는 멜론이, 구글보다는 네이버 카카오가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이러한 흐름 속,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고 또 유니콘이 되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 시작되고 성장하는 방식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마켓컬리의 창업자 김슬아 대표는 맞벌이 부부의 경험에서 창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믿을만한 품질의 신선식품을 누가 집 앞에 가져다주면 좋겠다는 마음. 모든 맞벌이 부부의 염원이 그의 창업 계기였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회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모두가 접근하기 어려워하던 금융의 영역을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바꾸어냈다. 계좌이체도, 주식거래도 어느 때보다 간편해졌다. 쏘카의 창업자 김지만 대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로서의 창업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고, 시행 과정에서 '그건 안 된다'는 말을 셀 수 없이 들었을 테다. 그만큼 처음 있는 일들이었고, 모험적인 일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서비스들이 없는 시절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일상에 깊게 들어와 있다.
이들 창업가의 정신은 이제 회사의 가치가 되어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이런 시기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간사로서, 성장세를 볼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지척에서 뚜렷한 가치가 있고 실제로 가치 실현을 위한 창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이들을 보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시민운동을 하거나, 정치에 뛰어들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이 있었고, 정치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주변에 같은 이유로 정치를 하는 이들이 수많았다. 그런데 지금, 정치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곳일까.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대기업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시대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창업한 사람들의 시대가 되는 동안,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 정치 외에도 수없이 많아지는 동안에도, 여전히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는 후보들이 빛났다.
부디 어떤 자리 자체를 탐내는 사람보다는 세상을 낫게 하고자 하는 후보들이 당선되었기를 바란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듯, 세상과 주변을 바꿔보겠단 포부로 정치를 시작한 인재들이 언젠가, 비로소 유니콘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정치의 방식으로, 또 각자의 방식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길 바라는 이들이 계속해서 망설이지 않고 정치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어느덧 재선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그런 토양을 일구는 데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소통하고 설득할 각오로 들어와 그 자체로 평가받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습과 유사한 정치계를 만들기 위해 할 일들이 무엇인지 그려본다.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