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참 호소만으로 '6%대 물가'잡을 수 있을까
2022.06.03 11:14
수정 : 2022.06.03 11: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 5.4%는 근 14년만에 가장 높다. 높은 물가상승률에 더해 경제적 측면서 주목 할 부분은 수급 모두 인플레 압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원자재·곡물 공급망 차질은 계속돼 온 물가 악재다.
■ 高물가 부추기는 강해지는 수요압력
4월18일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해제됐다.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5월 물가 5.4%는 이같은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이 상당부분 반영돼 나온 수치로 분석된다. 실제 개인서비스 물가는 5.1% 올랐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은 7.4%, 외식 외는 3.5% 상승했다. 밀가루 등 원재료 값 상승 등 공급 요인에다 수요 또한 가세하면서 가격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외식물가는 1998년 3월(7.6%) 이후 24년2개월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수요 압력은 억제된 소비심리 쪽에서 강하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여행·교통서비스 부분 거래액이 전년대비 89.8%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월의 95.1% 수준이다. 문화 및 레저 서비스 이용 금액도 전년대비 114.1% 늘었다.
이른바 보복여행도 수치상으로 확인됐다. 4월 한달간 출국한 한국인 관광객은 21만5246명이다. 전년동기 대비 201.9% 증가다. 5월, 나가아 휴가시준에는 증가세가 한층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가 몰리면 물가는 상승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이후 가정 음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다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료비도 많이 오르며 축산물 물가가 상승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류비 등 수요, 공급 측면 모두 상승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5%대 물가 끝(?)…하반기 高물가 지속된다
5월 소비자물가 5% 중반까지 상승했지만 물가상승세가 확산되고, 이어질 있다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수요,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강해서다. 우선 곡물가격 급등이 부른 애그플레이션이다. 곡물가 상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사료값을 올려 육류가격 상승, 외식물가 급등, 서비스물가 상승 등으로 연결된다.
임금발 인플레도 있다. 물가상승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면 임금인상을 압박한다. 임금을 올리게 되면 또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회복 또한 하반기 물가가 더 오른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은 차치하고라도 여름 휴가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처럼 몰리면 물가를 자극할 요인은 상당하다.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의 전망도 물가상승 확산세 지속에 맞춰져 있다. 한은은 이날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상회(5.4%)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향후 물가 흐름도 전망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공급 및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팬데믹 기간중 억눌렸던 서비스소비를 중심으로 수요측 압력이 커지면서 국내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6%대 물가가 현실화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6월이나 7월 중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내외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관세대책내놨지만…'6%대 현실화' 어쩌나
정부는 최근 민생안정대책이란 이름으로 물가대책을 내놨다. 수입관세 인하가 핵심이다. 이달 중 수입돼지고기에 부과되는 할당관세가 0%로 인하된다. 김치, 된장 등 단순가공식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10%는 내년까지 면제된다.
윤석열 정부의 첫 물가대책은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 곡물생산 수출제한 등 해외발 물가인상압력을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최소화하겠다는 데 맞춰져 있다. 할당관세를 낮추고, 수입품 부가가치세 면제 등이 최우선 대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윤인대 경제정책국장은 "현재의 물가상승은 해외발 원인이 핵심이고 1차적으로 해외에서 들어오는 높은 원가를 낮춰주고 생산자 단계에서 원가부담 절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대책이 가격인상요인을 흡수하는 데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수요확대나 제조업체의 가격전가 등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아니어서 물가불안심리를 잡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부대책을 통한 물가인상 억제효과도 크지 않다. 정부는 0.1%포인트 정도로 기대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정부는 기업계에 동참을 요청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기업들에게 경쟁적인 가격인상 등을 자제를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각 부문에서의 경쟁적인 가격 및 임금인상은 오히려 인플레 악순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가격상승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상승하는 현재의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라는 해석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물가당국은 일단 가격상승 억제 등 시장개입정책은 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방 차관은 "무엇보다 원가 상승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할당관세 적용, 부가가치세 면제 등 정부 지원이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은은 인플레 기대심리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상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관리를 하겠다는 통화정책방향을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총재는 "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중장기 물가안정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