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낚는 리딩방... 피해자가 한순간 공범으로

      2022.06.28 18:23   수정 : 2022.06.28 19:16기사원문
유동성이 회수되며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리딩(Leading)방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기댈 곳 없는 투자자들을 더욱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손실을 복구해준다 유혹하지만 결국 그 끝은 금전적 착취다.

자칫 주가조작의 불쏘시개를 넘어 범죄자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쳐 리딩방 실태와 피해사례, 대안을 조명한다.


지난 27일 오전 10시40분 좀 넘은 시각. '방장'은 "곧 항셍지수 선물 계약을 진행하겠다"며 '리딩'을 예고했다. 곧이어 그는 '항셍 시장가 2계약 체결'이라는 신호를 띄웠고, 2분 뒤 "수익청산"을 2차례 언급했다. 그 뒤로 15만~25만원 이익 실현했다는 소위 '인증샷'이 잇따랐다. 한 해외선물 리딩 오픈채팅방의 오전 일과다.

■급증하는 피해규모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민원은 총 3442건으로 전년(1744건) 대비 97.4% 증가했다. 3년 전인 2018년(905건) 대비로는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그 수치는 4000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우려된다.

같은 조사에서 적발된 총 120건의 위법행위 중 미등록 투자자문과 투자자 의사결정 일부 또는 전부를 위임받아 자금을 굴려주는 미등록 투자일임은 각각 31.7%, 23.5%를 차지했다.

손실 위험이 더 큰 파생상품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투자자의 해외 장내파생상품거래 손익현황'에 따르면 개인은 선물, 옵션 등 매매에서 2017~2020년 4년간 2조6429억원의 손실을 봤다.

코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가상자산 발행 후 리딩방을 운영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코인 발행자임을 숨긴 채 '일 수익 3%'라고 광고하며 매일 수만회에 걸친 자전·통정거래로 시세를 띄운 뒤 투자자들에게 일괄 매도해 400억원 이상을 편취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리딩방

더 큰 문제는 '리딩(Leading)방'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리딩방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이들이 최종 목적지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유튜브로 삼고 포털,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에 링크를 심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간 연계로 투자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대개 페이스북이 1차 유도 플랫폼이 된다. 페이지에 '매일 10% 수익 목표' '승률 적중' 등 문구를 삽입한 이미지를 올려 눈길을 끈 뒤 오픈채팅방 주소를 첨부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해당 페이지가 자동 추천되는 만큼 반복적 광고효과도 누릴 수 있다.

종목토론방도 리딩방을 향한 사다리가 된다. 한 종목토론방에는 '관련 뉴스 정리'라는 소개글과 함께 유튜브 주소가 적혀 있고, 해당 유튜브 채널엔 다시 회원 200명의 오픈채팅방 링크가 걸려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은 광고 게재 약관, 이용제한 절차, 운영 절차 등에 따라 검증을 거쳤고 개별 회사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리딩방이 사회적 문제이긴 하지만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광고를 제한하는 등 조치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손실 구제가 어려운 만큼 투자자도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 및 거래내역을 수시 확인해 임의매매 등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 될 수도

'수익률 100% 보장' 같은 내용을 광고하기만 해도 처벌된다.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사항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일대일 투자자문 및 자동매매 프로그램 판매·대여는 엄연히 불법이다. 리딩방에서 '1:1 상담' 명패를 걸어놨다면 금융위원회 등록 투자자문업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주가조작 등 형사사건에 연루될 위험도 있다.
시세조종을 노린 리딩방 운영자의 지시에 따라 매매했다가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 주가조작은 징역 1년 이상의 형사처벌 범죄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리딩방은 대개 비대면으로 이뤄져 운영자 신상과 전문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며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많을수록 가중처벌해야 불법 리딩방 근절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박지연 이주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