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많은데 박봉, 꼰대문화까지 … 떠나는 MZ 공무원들

      2022.06.29 18:06   수정 : 2022.06.29 18:06기사원문
"몇년씩 준비하기엔 가성비 떨어지는 시험이죠."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28)는 자신의 공무원 생활을 이 같이 표현했다. 이씨는 대학 졸업 이후 2년 동안의 준비 끝에 9급 공무원에 붙었지만 다시금 취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씨는 "어떻게든 일을 피하려는 선배 공무원 때문에 후배들이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고 계속 일할 순 없다"고 토로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바닥을 치고 있다. 한때 상대적으로 적은 업무량, 연금, 안정성 등으로 수많은 공시족들을 양산했으나 그 매력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무원에 입직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공직사회의 수직적 조직문화에 염증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안정을 중시하던 직업관이 변화하고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대 최저

2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42.7대1이다. 올해 경쟁률은 1979년(23.5대1) 이후 최저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올해 29.2대1을 기록해 1992년(19.3대1) 이후 처음 30대1 이하로 내려갔다.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본 실제 응시자를 기준으로도 올해 2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001년(19.7대1) 이후 최저 수준이다. 12년 전인 2010년만 해도 7급 공무원 115.4대1, 9급 공무원 61.6대1을 기록한 바 있다.

공무원은 취업 준비생에게 인기를 잃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34세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대기업(21.6%)이 꼽혔다. 국가기관(21.0%)은 공기업(21.5%)에 이어 3위였다. 지난 2009년에는 국가기관(28.6%)이 공기업(17.6%)와 대기업(17.1%)을 제치고 1위였다. 상대적으로 박봉이었지만 연금 혜택을 누렸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인기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다.

MZ세대 공무원들의 낮은 만족도도 공무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본지가 만난 공무원들은 △급여 △조직문화 △업무강도 등을 이유로 인기가 낮다고 언급했다.

서울시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8급 공무원 한모씨(28)는 "공직의 가장 큰 문제는 부서를 옮길 경우 인수인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전임자가 저질러놓은 실수를 고치느라 1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5급 사무관인 김모씨(34)는 "부처 특성상 일이 바쁠때는 새벽에 퇴근하기 일쑤"라며 "자긍심 없이 야근을 하니 퇴사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년보장과 연금 역시 MZ세대에게는 '환상'이다. 경기도의 한 시청에서 근무하는 박모씨(28)는 "우리가 내는 연금은 선배 세대 연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구질구질하게 정년까지 가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 공무원 연금은 2016년부터 개편되기 시작해 현재 본인 기여금을 9%로 2%p 상향했고 지급률은 1.7%로 0.2%p 하향했다.

■MZ세대 선호 변화

선배 공무원과의 문화 차이도 공무원 인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20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중 주니어(1980~2000년대생) 1810명과 시니어(1960~1970년대생) 11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생활 키워드에 대해 주니어들은 '일한 만큼 보상', '자유로움'을 꼽은 데 반해 시니어들은 '성취감', '소속감'을 제시했다. '회식의 의미'에 대해서도 주니어들은 '여가시간 침해'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시니어들은 '소통의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인사처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 요인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며 "다양하게 거론되는 요인들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들의 선호 차이가 낳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고용 안정이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이었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소득 등으로 선호가 바뀌고 있다"며 "전통적인 관료 조직에서 젊은이들의 보람이나 창의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시대에 맞춰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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