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외치더니… "스스로 모임·행사 자제해 달라"

      2022.07.13 18:18   수정 : 2022.07.13 18:18기사원문
정부가 13일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응방안'은 사실상 기존 방역정책을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데 그쳤다. 현 정부가 이전 정부의 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하며 '과학방역'을 내세운 것과 대조적으로 뚜렷한 변화를 읽을 수 없다. 특히 사회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자율적인 참여에 기반한 개인 방역'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사실상 한발 물러서는 모습마저 보였다.

세부적 방역정책은 4차 백신 접종대상자를 확대하고 접종시설 범위를 노숙자시설까지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큰 틀 달라지지 않는 재유행 대책

이날 오전 정부가 발표한 재유행 대응방안은 기존 방역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발표의 골자는 △유전자증폭(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RAT)를 병행하는 진단검사 실시 △코로나19 확진자 7일 의무격리 체제 유지 △검사와 진료, 치료제 처방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인 '원스톱의료기관' 운영 등이 있다.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강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급적 재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물가상승 등 사회·경제적 변화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점차 완화되었다가 4월에 완전히 해제한 바 있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유행이 다시금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고, 코로나19가 호흡기질환인 점을 상기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만큼 강력한 예방수단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이라도 한 듯 정부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형 거리두기'를 홍보한다고 밝혔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역정책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성도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고, 고물가·고금리 등 지금의 경제상황도 고려했다"면서 "모임과 행사를 자제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출입을 자제하는 등 거리두기 원칙은 지속적으로 권고된다"고 말했다.

즉 통제에 기반한 거리두기가 아닌 국민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사적모임 제한과 늦은 밤 회식문화 등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바람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질 것인가에 대해선 반신반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정례 브리핑에선 신속한 격리를 하지 않을 경우 확진자 발생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신속한 진단·격리를 하지 않으면 확진자 발생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대응전략을 수립했고, 고위험군의 집중관리로 위중증과 사망을 예방하고 방역과 일상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는 원론적인 말로 대답을 회피했다.

■형체 모호한 과학방역

아직까지 '과학방역'의 근간이 될 '과학적 근거'의 실체는 밝혀진 바 없다. 지난 3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 국민 항체양성률 조사' 계획을 처음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새 정부 출범 전이라도 '과학방역'을 실시하겠다며 서두른 결과였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에서는 방역 당국자조차 '과학방역'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과학방역에 대해 "과학은 그야말로 아주 광범위한 범위이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도 과학이다"라며 "방역에 관련된 여러 과학들, 감염학 또 역학, 수리학 등등 그렇지만 지금은 앞으로는 우리가 전체적인 코로나 위기를 관리한다는 측면"이라는 식으로 횡설수설한 설명을 내놓았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과학방역'이란 표현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2일 재유행 대응방안 사전설명회에서 과학방역 측면에서 기존 방역정책과 달라진 점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고재형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과학방역이란 표현보다는 '과학적 코로나 위기 관리'란 표현이 적절하다 설명드리겠다"고 답한 바 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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