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더 커진 이준석, 이합집산하는 당권 전선…與 춘추시대 '분화'

      2022.07.23 05:02   수정 : 2022.07.23 06:55기사원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춘추전국시대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외곽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차기 당대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1위를 달리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고, 당내에서는 권성동·김기현·안철수 등 주요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23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내에는 최근 '안장', '김장', '철권' 등 신조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안장'은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 '김장'은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의 연대를 빗댄 표현이다.
최근에는 안철수 의원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지칭한 '철권 연대'도 생겨났다.

권성동·김기현·안철수 세 의원은 당내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직후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해 '원톱 체제'를 구축했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경쟁적으로 당내 모임을 주도하며 '당권 레이스'를 시작한 상태다.

당권 경쟁의 최대 현안은 '차기 지도체제'이다. 권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상 이 대표의 중징계는 '사고'로 봐야 하기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간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안 의원이 지난 21일 "현 당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철권 연대'라는 말이 생겨났다.

반대로 김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2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당대표가 6개월 동안 당원권이 정지됐다가 다시 복귀하게 되면 그동안에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옳았는지, 진심이 어떤지 아닌지를 떠나서 결국 내부의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YTN 라디오에서도 "집권여당이 정권 출범 초기에 좀 안정적인 지도체제를 가지고 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 소수당인 우리가 똘똘 뭉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임시체제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기 전당대회에 방점을 뒀다. 이는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 의원의 입장과 결이 맞아떨어지면서 '김장 연대' 신조어가 부상하는 이유가 됐다.

전당대회 시점에 따른 당권 주자 간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여권 내 권력 구도가 서서히 '전선'을 이루며 분화하는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권 원내대표는 임기가 내년 4월까지여서 전당대회를 늦추는 게 유리하다"며 "사과는 했지만 '사적 채용' 논란으로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 당장 전당대회를 열리면 애로사항이 클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했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은 대선주자급이라는 중량감이 있기 때문에 유력하지만, 당내 세력은 아직 한계가 있다"며 "조기 전대론에 힘을 빼고 내년까지 기반을 닦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김 의원은 전임 원내대표로서 당내 기반도 탄탄하고, 대선 승리에 기여한 공신 이미지도 있다"며 "현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비판이 높을 때 조기 전대론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수는 이 대표의 '존재감'이다. 이 대표는 '중징계' 처분을 받고 사실상 외곽으로 밀려났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며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6개월 뒤 대표직에 복귀한 후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한 시점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이준석 당대표 연임'이라는 반전 드라마가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 뉴스 의뢰로 지난 16일~18일 진행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5.2%로 1위를 차지했다. 안 의원은 18.3%로, 이 대표가 오차범위 밖인 6.9%포인트(p) 격차로 안 의원을 앞섰다. 이 대표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29.1%), 부산·울산·경남(26.1%)에서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은 점도 유의미하다.

주목할 점은 이 대표의 '독주체제'가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넥스트 위크 리서치가 KBC광주방송·UPI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준석 22.9%, 안철수 20.9%를 기록했다. 비록 조사 기관은 다르지만, 일주일 사이 1위(이준석)와 2위(안철수)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결과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신드롬'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해 '2030 돌풍'을 일으켜 당대표에 선출됐는데, 중도 확장과 정당 혁신을 이끌었던 그가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계로부터 축출됐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지면 여론과 당원의 지지율이 재반등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전국 곳곳을 유랑하며 청년 당원들을 중심으로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전주 전북대 인근 분식집에서 당원 및 지지자들을 만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상계동 출마'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 대표와의 만남을 희망한 신청자는 22일 기준 8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전날(22일) 전라남도 진도를 찾아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하기도 했다. 가수 박상철 노래 '무조건'을 열창한 이 대표는 앵콜 요청을 받자 가수 송대관의 노래 '네 박자'를 부르며 지역 주민들과 춤을 추고 셀프 카메라를 찍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민생은 뒷전이고 정치공학적인 언행만 하는 것처럼 비치면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대표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점도 윤핵관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최 교수는 "이 대표가 피해자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에 이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오히려 지지율이 올라서 복귀하는 그림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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