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액 700억'.. 우리은행, 구멍난 내부통제에 진땀

[파이낸셜뉴스] 최근 1주일 새 우리은행의 표정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22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소송 2심에서 손 회장이 승소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60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전모씨의 추가횡령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 내 내부통제 미비 문제를 둘러싼 우리은행과 금융감독원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손태승 회장 DLF 중징계 취소소송 승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DLF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재판부는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주장한 우리은행 내부통제 마련의무 위반 사실 5가지 모두에 대해 불인정 판결을 내려 손 회장이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이번 재판은 앞서 지난 2019년 발생한 DLF 사태와 관련 손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진행됐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판단해 당시 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손 회장 등에게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 이어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냈다.

1심보다 2심에서 상황은 금감원에게 더 불리하게 돌아갔다. 1심에서 재판부는 금감원이 주장하는 우리은행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 사항 5가지 가운데 4가지 사항만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1심 재판부가 유일하게 위반 사항으로 인정했던 '상품선정위 운영 기준 미비' 항목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준법감시인의 '업무의 중요도 및 위험도'에 관한 세부적 판단기준이 따로 규정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법정사항이 실적으로 흠결되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소로 손 회장 연임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최고경영자 등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3~5년 다른 금융기관 재취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승소 판정으로 그 위험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올 2·4분기 당기순이익 1조7614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통제 미비' 지적 계속돼
하지만 또 다른 내부통제 이슈가 잇따랐다. 26일 금감원은 브리핑을 통해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해 추가 횡령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 회삿돈 600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전모씨가 횡령한 금액은 총 697억2926만원으로 밝혀졌다. 지난 4월 말 600억대 횡령 사건이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고, 지난 5월 50억원대 횡령 건이 추가 밝혀진 데 이어 20억대 횡령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일어난 횡령사고가 이제야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은 내부 통제 미비에 대한 질타를 거듭 맞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밝혀진 24억원 횡령 건의 자금 출처는 그간 횡령 자금의 출처가 됐던 대우일렉트로닉스 관련 자금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던 타사 출자전환주식 23억5000만원 규모다. 시기로는 600억원대 자금을 횡령하기 이전이다.

전모씨는 앞서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약 6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자금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 관련 투자자·국가간분쟁해결(ISD) 소송 관련 우리 정부가 이란에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이었다.

이외 국내기업에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항 매각 당시 받은 계약금 70여억원의 일부를 추가 횡령한 정황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공동TF를 구성해 금융권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e-mail]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