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인분' 논란…건설노조 "열악한 화장실이 문제"
2022.07.26 17:32
수정 : 2022.07.26 17:32기사원문
건설노조, '건설현장 편의시설 개선 촉구' 인권위 진정 제기
보름새 온열재해 추정 2명 사망…"제대로된 휴게시설 없어"
화장실도 태부족…"진출입구에만 있고 현장에는 거의 없어"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최근 한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발견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건설현장에 제대로 된 화장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에도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은 여전히 맨바닥과 간이 천막이 전부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이러한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를 밝히고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최근 보름새 2명의 건설 노동자가 온열재해 추정으로 잇따라 숨졌다.
지난 4일 대전의 한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A씨가 쓰러져 숨진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같은 현장에서 또다른 콘크리트 타설 노동자 B씨가 작업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특히 A씨의 당시 체온은 41도로, A씨는 당일 3시간 넘게 휴식 없이 작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충분한 휴식 후에는 온열재해 사망률이 현저히 적게 나타나 이러한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지만, 건설현장에 제대로 된 쉴 만한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여름철 옥외작업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물과 그늘, 휴식 등의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상태다.
이 중 그늘에 대해서는 '일하는 장소에서 가까운 그늘진 장소', '그늘막이나 차양막은 햇볕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재질', '시원한 바람이 통하도록'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관련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며 "휴게실이 있기만 하면 된다. 아무리 대단지 아파트 건설현장이어도 어느 곳에든 천막 하나 쳐놓고 휴게실이라고 하면 위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휴식 공간과 함께 건설현장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화장실이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은 건설현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편의시설로 화장실과 식당, 탈의실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설치 얘기만 있을 뿐 세부적인 크기나 수량에 대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게 건설노조 주장이다. 건설노조는 "한 건설현장에 400명이든 500명이든 화장실 변기 하나 설치해 놓으면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건설근로자법 시행규칙에 각 편의시설 세부기준을 마련할 것을 2020년 정부에 권고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신축 아파트 인분 사건'은 건설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건설노조는 주장한다.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화성시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나 건설사 관계자들이 천장을 살펴본 결과 인분이 든 비닐봉지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관계자들은 아파트 내부 마감공사 과정에서 작업 인부들이 인분을 숨겨 놓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노조는 그러나 "건설 노동자를 '부끄러움도 모르고 파렴치한 인간 막장'으로 여기기 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누구든 화장실이 없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건설노조가 올해 6월23일부터 7월8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수도권 23개 현장의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화장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 화장실은 크게 노동자용과 원청용으로 나뉜다. 이 중 노동자용 화장실은 각 현장마다 다 갖추긴 했고, 평균 2.5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0곳 중 3곳 정도만 시설이 양호한 편이었고, 나머지는 위생 상태가 불량이었다. 이마저도 화장실은 현장 진출입구에 있고, 실제 건물이 올라가는 현장에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고 건설노조는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고층 건축물을 짓는 수도권 건설현장 특성상 10층 이상 건물이 많은데, 이 경우 일하다 내려오기 쉽지 않다"며 "시간이 돈이고 공기 단축이 최대 미덕인 건설현장은 화장실 문제로 20~30분 들이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원청용 화장실은 양변기가 가장 많지만, 노동자용 화장실은 '거품형 포세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건설노조는 "그나마도 원청 화장실을 잠가놓는 현장도 있었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건설현장 편의시설 확충을 요구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우리는 아파트 1개동마다 1개 휴게실, 1개 탈의실, 1개 샤워실을 요구한다. 또한 1개층마다 화장실 설치를 촉구한다"며 "이 같은 내용은 건설근로자법에 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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