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빚투' 갚아주는 나라... 파산 내몰린 중장년은 운다

      2022.07.31 18:15   수정 : 2022.07.31 18:59기사원문
"코인 투기한 2030 빚을 왜 우리 돈으로 구제해 줘야 하죠." "빚 안 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낼 줄 몰라서 안 냈을까요." "청년보다 중년이 더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정부의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중장년층의 눈총이 따갑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계획'을 통해 빚을 갚기 어려운 20·30세대를 구제해 준다고 발표한 후 40·50세대가 대부분인 자영업 커뮤니티는 부글거리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는 정책 발표 이후 약 2주 동안 40여개의 게시물과 5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과 박탈감이 주를 이룬다.


■40·50세대 "코인 빚투한 2030 왜 구제하나"

7월 3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2030의 '빚투'를 봐주기로 하면서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손실이 포함된 20·30세대의 부채를 국가가 나서서 이를 변제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이 이달 초에 코인·주식 투자로 입은 손실을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때 반영하지 않기로 한 상태여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 수입이 예상되는 채무자가 3~5년간 빚을 꾸준히 갚아 나가면 나머지 채무는 감면해주는 제도다. 법원은 그동안 주식·가상자산 투자실패로 입은 손실금까지 처분가능한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보험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50대 박모씨는 "청년층의 빚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지만 소득이 없고 경제적으로 힘든 고령층도 많다"면서 "투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것이 당연한데 빚투에 실패한 20·30세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모두가 힘든 금리상승기에 도입한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50대 정모씨는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간접적으로 빚투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소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대상인 청년층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나오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신용회복을 돕는다면서 20~34세로 대상을 한정한다면 35세부터는 같은 30대인데도 적용 안되는 등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발 물러서 청년지원 정책은 일부일 뿐이고, 특히 원금탕감 조치는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래를 위해 청년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영업자 비중 높은 중장년층의 채무고통

문제는 중장년층의 채무고통이 청년층에 비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20~30대는 6.8%인 반면 50대 이상은 약 33%, 60대 이상은 44%로 나타났다. 빚에 짓눌린 부담은 40·50세대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특히 40·50세대는 다른 연령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 만큼 한국은행 역시 연말 3%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차주의 이자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전성도 불안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전체 개인사업자 가운데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율은 코로나19 기간 2배 넘게 늘었다.
2019년 12월 16.4%였던 다중채무자는 지난 3월 33.3%로 나타났다. 또 앞서 올해만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코픽스는 지난달 2.38%로 최고치를 기록, 연내 기준금리 3%와 주담대 금리 8%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모두가 예민한 금리상승기인 만큼 40~50대가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금융정책을 민생 전체에 초점을 맞춰 보편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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