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외화채권 발행 '0'…고금리 은행대출 몰리는 저소득국
2022.08.03 18:13
수정 : 2022.08.03 18:13기사원문
■ 채권 발행 길 막힌 케냐·가나
아프리카의 케냐와 가나는 올들어 자본 조달 비용 급등으로 외국환 표시 채권 발행 길이 막혔다.
케냐는 6월 외국환표시 국채 약 10억달러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은행들로부터 신디케이트론을 받기 위해 작업 중이다. 올 회계연도 70억달러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한 것이다. 재정적자 대부분은 유가 폭등 충격 완화를 위해 연료 보조금이다.
서아프리카의 가나는 외화표시 채권 수익률이 20%를 찍으면서 사실상 외국환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 중이고, 최근 아프리카국제수출신용기관(Afreximbank)에서 7억5000만달러 대출 승인이 났다.
■ 상반기 10여개국, 130억달러 조달
스탠다드차타드(SC)가 딜로직의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10여개 정부가 이같은 신디케이트론으로 은행들에서 약 130억달러를 빌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억달러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하반기 들어 자본조달 시장 상황은 더욱 경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 업체 텔리머에 따르면 7월에는 외국환 표시 채권을 발행한 신흥국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2013년 이른바 '긴축 발작' 이후 최악의 돈 가뭄이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완화(QE) 종료를 시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한 겨울로 몰고 간 바 있다.
SC의 아프리카 담당 임원인 찰스 코벳은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혔다는 것을 깨달은 나라들이 우리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면서 "대출 시장에서 어떤 가능한 대안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은행을 비롯해 큰손들이 무리를 이뤄 돈을 빌려주는 신디케이트론은 앞서 1980년대 중남미 외환위기까지 신흥국들이 외국에서 돈을 빌리는 가장 흔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중남미 외환위기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은행들이 재정적자를 메꾸는 신디케이트론에서 이후 손을 뗐다. 대신 은행들은 무역·인프라 금융 제공에 주력했고, 신흥국 정부는 더 투명하고, 비용이 낮은 채권시장으로 돌아섰다.
■금리 치솟자 신디케이트론 부활
이 흐름은 올해 다시 뒤집어졌다. 선진국들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강력한 금리인상에 나서자 은행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저소득 국가들은 복잡한데다 비용도 높아진 외국환 표시 국채 발행 대신 신디케이트론으로 갈아타고 있다.
신디케이트론 증가세는 스리랑카, 짐바브웨 등이 디폴트(채무불이행)한 가운데 저소득 국가들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형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 가운데 약 60%가 현재 채무 위험 또는 압박을 받고 있다. 조만간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한 국가들이라는 뜻이다.
신디케이트론은 대개 5년 만기로, 발행 당시 금리가 정해지는 채권과 달리 시중 금리 변동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변동금리제 대출이다. 연준 기준금리에 연동돼 있다. 올들어 연준이 수십년만에 가장 가파른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어 신디케이트론 이자 역시 급등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