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갈등 해부 1편 : 촉발요인 넘어 근본요인은 현상유지국 VS. 현상변경국 간 충돌

      2022.08.09 06:00   수정 : 2022.08.09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타이완)을 전격 방문하면서 미·중 긴장과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7일 인민해방군을 동원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군용기, 군함 수십 대를 진입시키는 등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군사행동을 감행했다.

중국군은 8일에도 대만 근처 모처에서 군사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군 동부전구는 성명서를 통해 “대만 인근 공해상에서 반(反)잠수함과 해상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에서 훈련을 실시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미국은 관련 지역 동맹국과의 안보 약속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라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현상변경국이지만 국제정치적 입지 좁아져 인정하지 않아, 미국과 군사채널 소통 정지 선언으로 대만 갈등 장기화 조짐...
대만 연합신문망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지난 2일 대만 기업 100여곳이 생산한 식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5일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 군사 안보 협의체 회의도 취소하고 미·중 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 기후 변화 협상 등 8개 협상을 중단을 선언했다. 이와 같이 중국이 미국과 군사채널 등 소통의 수단을 정지시킨 것은 대만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첫 단서가 될 전망이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우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방문이 과잉행태였는지 아니면 중국의 군사행동과 대화중단이 과잉대응이었는지는 ‘현상유지 VS. 현상변경’의 성격규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미국은 국제정치적 독립체로서 '현재의 대만을 지키는 것은 현상유지'라는 입장으로 중국이 국제체제의 안정성을 해치는 '현상변경을 시도한다'고 보는 반면, 중국은 국제정치에서 신흥강국다운 대우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인식하는 가운데 '대만을 일국양제에 따라 외부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 현상유지'라는 입장이라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현 패권국이고 중국은 신흥강국이라는 것에 논리적 적실성이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보면 기존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현상변경국이라는 논리가 합리적"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자국이 현상변경국으로 규정되면 국제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성격규정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방문,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힘의 재분배' 현상서 나타난 촉발요인, 근본적 요인 아니야, 언제 어디서든 갈등 부상 가능성
국제정치에서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성격규정을 달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으로 ‘힘의 재분배’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파급된 구조적 요인에 의한 후폭풍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이번 대만을 둘러싼 '펠로시 방문과 중국의 반격으로 나타난 갈등'은 힘의 재분배 현상이 진행하는 상황에서 나타난 촉발요인이지 근본적 요인은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며 "이번 2022년에 촉발요인이 없었더라도 언제라도 또 다른 촉발요인이 부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갈등은 이러한 구조적 요인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 구조적 접근을 추동한 것은 중국의 부상이고 그 중심에 중국의 신장된 군사력이 있으며 1996년 당시와 달리 중국은 현대화된 군사력으로 무장한 상태이고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해 다양한 도발옵션도 갖춘 상태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항공모함도 2척 보유한 상태이기에 이번의 촉발요인은 1996년 당시와 달리 바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구조적 요인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반 센터장은 "현재 여론전·심리전 등 회색지대전략과 항공모함 등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시위 성격의 흑백지대전략이 혼재되는 '융합전장'이 조성되고 있다"며 "중국의 입장에서 대만은 흑백지대 성격의 주권문제이기에 '융합전장의 지형은 매우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번에 전구사령관 전화통화 중단 등 중요한 소통창구가 닫혔다는 점에서 촉발요인이 앞으로도 다양하게 나타나 위기관리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한국이 이번 사태를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장도 소모전에 돌입한 상태이기에 2개의 전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사실상 2개 전장을 혼자서 관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과 우방국의 역할을 기대하거나 혹은 직접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 미·중 갈등 격화는 한국에게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어...윤 정부 모든 것 미국에 보조 맞춰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으로 격화한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은 법치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중시하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일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의 무력시위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국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VOA(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법치와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중요성,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무력 사용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하면 중국이 우리를 갈라놓기가 매우 어렵다”고"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이 같은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진 장관이 이번 9일 칭다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불균형적이고 도발적이었으며 역내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회담장에 가져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한국 정부가 두 개의 초강대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관한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가 주한미군 2만8천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억지를 공약한 가까운 동맹 미국과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 등 두 강대국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셉 전 차석대표는 "하지만 윤 정부가 한국이 ‘국제적 플레이어’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이 분명 미국과 함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그렇다고 반드시 모든 것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미국의 핵심동맹국 미·중 사이서 고민할 때 아니다 VS. 美 치우치거나 中 3불 요구 압박 견뎌내고, 추가 긴장 막으며 균형 잡아야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한국이 더 이상 미·중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야할 지를 고민해야 할 입장'이 아니라며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중국의 동맹인 북한의 적국이며,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깊이 연계된 나라"라고 지적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이 이에 달가워하지 않지만 이제 한국을 화나게 하거나 소외시키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이 점은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때 잊어서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시진핑 집권 아래 중국은 더욱더 공격적이고 권위주의적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중국과 적절하고 투명하며 균형 잡힌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시진핑이 집권하는 미·중의 관계는 최소 현상 유지, 아니면 긴장이 격화할 것"이라며 "모든 주요 사안에 있어 동맹국이 뜻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로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것이 중국 때문이면 실수"라고 지적했다.

김 분석관은 "기시다 일본 총리가 펠로시 의장을 만나 두 나라 사이 연대를 보여줬다"며 "윤 대통령의 최근 결정은 일부 미국 관리들에게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믿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게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분석관은 "한국은 당연히 중국을 계속 인식해야 하지만 '압박에 굴복한다면 윤 정부도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라며 또한 '한국이 동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전문가 중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차이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담당 국장은 "현시점에서 한국이 미국에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3불 이행을 요구하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추가적인 긴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동북아 안보 지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한국이 북핵 문제를 포함한 지정학적 이해를 고려해 역내 추가적 긴장을 초래하지 말고 어느 쪽으로도 지나치게 기울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의 공급망 강화 정책에 동조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원만한 관계도 순조롭게 관리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그 구체적 해법은 누구도 혜안을 제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지금이 국가적 차원에서 당장 몇 달, 몇 년 뒤에 후회 없도록 모든 국가의 역량을 집중해 통찰력을 발휘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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