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빠지면 죽는다" 서울에만 '흙탕물 속 지뢰밭' 맨홀 62만개

      2022.08.11 09:05   수정 : 2022.08.11 14: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부지방에 이틀간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도심 속 맨홀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지뢰밭'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지대가 낮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배수관 물이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을 뚫고 물기둥이 높이 치솟거나, 뚜껑이 날아가 주변 도로 아스팔트가 부서지기도 했다.

철제 맨홀 뚜껑은 최소 40㎏에서 최대 160㎏에 달해 폭우 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맨홀 뚜껑보다 더 위험한 것은 물이 가득 찼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맨홀 구멍이다.

서초동에서는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한 건물 인근 맨홀에 빠졌다.
동생인 남성은 숨진 채 발견됐지만 누나는 실종 상태다.

맨홀에 빠지면 순식간에 내부 급류에 휩쓸리기 때문에 구조와 수색이 매우 어렵다. 실종자 중 40대 남성은 실종 이틀 후 10일 사고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1.5㎞ 떨어진 버스정류장 부근 맨홀에서 발견됐다. 우수 배수관을 따라 떠밀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맨홀에는 웬만한 수압에도 버틸 수 있는 잠금장치가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서초구 관계자는 "빗물이 많이 유입되는 저지대 맨홀에는 뚜껑을 하부에 고정하는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며 "사고 맨홀도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뚜껑이 열렸고, 현재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단기간에 워낙 많은 빗물이 흘러들어 수압이 높아지면서 잠금장치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맨홀은 서울 시내에만 62만4318개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폭우로 뚜껑이 열리거나 유실된 곳을 찾아내는 관리 시스템은 없다. 각 자치구가 용역 또는 일용직 직원을 고용해 순찰하고, 뚜껑이 열린 곳을 찾으면 수동으로 닫는 게 전부다. 열린 뚜껑을 닫더라도 침수 상황에선 다시 열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도로와 인도에 설치된 수많은 맨홀에 이정표나 안내판을 세우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빗물 배수를 원활하게 해 맨홀이 받는 수압을 낮추는 게 근본 대책이지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상황에서는 시민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전문가들을 당부했다.


시 관계자는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며 "폭우로 물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다면 일단 걷는 걸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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