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도중 욱해서 내뱉은 욕설 한마디에 성범죄자 됐어요"

      2022.08.14 17:51   수정 : 2022.08.14 17:51기사원문
#. 대학생 A(25)씨는 평소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즐겼다. 올초 A씨는 팀원의 반복되는 실수로 게임에서 연이어 패하자 성(性)적인 단어 등을 사용해 욕설을 했다. 그러다 지난 4월 경찰로부터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 혐의로 고소됐으니 피고소인 고소를 받으라고 통보받았다.

A씨는 "팀웍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게임이다 보니 팀원끼리 욕을 하는 경우는 많았다"면서 "흔한 일이었지만 경찰 연락을 받으니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말했다.

게임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상대를 모욕했다 '통매음'으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욕설을 한 경우 대부분 모욕죄, 명예훼손, 통매음 등의 혐의로 처벌받는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대상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상태인 '특정성'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공연성'을 고소인이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통매음은 따로 입증이 요구되지 않아 비교적 처벌 받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상대 어머니 욕했다가 성범죄 처벌

법적으로 통매음은 모욕죄·명예훼손과 달리 성범죄로 분류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3조는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영상 등이 상대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성적 수치심 유발' 등 처벌의 근거가 되는 부분이 폭행, 절도 등 타범죄에 비해 불명확한 성격을 갖고 있어, 피고소인이 대응하기 더 어렵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김정중 법무법인 하신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모욕죄와 달리 통매음은 성범죄로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를 진행한다"며 "때문에 경찰 조사도 일반 성범죄와 같이 매우 힘들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의금 노리는 ‘통매음 헌터'도 등장

'통매음'으로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 건수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통매음 사건은 2017년 1249건에서 2021년 5067건으로 급증했다.

고소인들 중에는 일반인들도 많지만, 최근 일부러 상대방의 성적인 욕설 등을 유도해 합의금을 노리는 이른바 '통매음 헌터'도 등장했다.
입증이 어려운 모욕죄나 명예훼손보다 비교적 처벌 범위가 넓은 통매음 혐의로 고소해 더 쉽게 합의금을 타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성적인 메시지 혹은 사진을 보낸 100여명을 상대로 하는 고소를 여러 번 하는 등 고소를 목적으로 채팅을 시작하기도 한다.


김정중 변호사는 "최근 들어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성적인 단어를 유도해 합의금을 요구하는 통매음 헌터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은 고소를 치밀하게 준비하므로 일반인들의 경우 법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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