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불가피한 한중관계 윈윈 청사진 새로 짜야

      2022.08.22 18:19   수정 : 2022.08.22 18:19기사원문
오는 24일로 한중 수교 30돌을 맞는다. 동서 냉전기인 1950년 6·25전쟁 당시 양국은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다. 그랬던 두 나라가 지난해 교역 규모는 3015억달러에 이르고, 상호 방문객 수(2019년 기준)도 한 해 1000만명을 넘어설 만큼 밀접해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이 촉발한 신냉전 기류 속에 요즘 양국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제 새로운 30년을 내다보며 상생·협력의 청사진을 짜야 할 때다.


1992년 8월 24일 성사된 한중 수교는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큰 틀에서 이후 30년은 양국이 윈윈하는 과정이었다. 우리의 북방정책과 중국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교집합을 기반으로 일궜기에 가능한 결실이었다. 중국이 내준 시장을 통해 한국 경제는 성장의 병목을 탈출할 수 있었고, 중국도 주요 2개국(G2)으로 발돋움하기까지 한발 앞서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의 기술·자본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근래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중화패권 본색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조성된 난기류가 한반도로 밀려들어오면서다. 우리 고대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과 한한령(한류 차단) 등이 이를 잘 보여준 단면도였다. 최근 양국 간 냉기류는 더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협력 대화(칩4) 참여를 제안하고, 중국이 다시 '사드 3불(不) 1한(限)'을 내세우며 한미 간 틈을 벌리려 하면서다.

물론 문화적 공통점과 지리적 인접성을 갖고 있는 중국은 반만년 역사에서 우리와 협력과 갈등을 변주해온 사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란 얘기다. 당연히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모토에 걸맞게 협력을 계속 심화시켜야 한다. 양국 간 악화일로인 국민감정도 추슬러 교육·관광 등 인적 교류도 증진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팔뚝 힘만 앞세운 중국의 위세에 휘둘려서도 곤란하다. 아무리 중국 시장이 중요한들 안보주권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사드 보복을 피하려고 한미 동맹을 훼손해선 안 될 이유다. 대등한 입장의 호혜원칙을 확인한 수교 때의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넉 달째 한중 간 무역수지 역전이 이어지고 있는 판이다. 대중 무역의존도(약 24%)를 줄여 나가는 건 경제·안보 양 측면에서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옛 소련에 대한 향수를 못 잊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문명사적 흐름을 거슬러 러시아의 편에 서고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는 우리는 달라야 한다. 긴 눈으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벗어나 '안미경세(安美經世·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노선 전환이 필요하다.
화이부동의 자세로 한중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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