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루마 원곡 변형해 악보집에 실은 악보 출판사 대표, 2000만원 배상"

      2022.08.23 10:34   수정 : 2022.08.23 10: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루마씨가 자신이 작곡한 원곡을 무단으로 변형해 악보집에 실어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악보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이정권 부장판사는 이씨가 음악 출판물 업체 대표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전체 소송 비용의 60%는 이씨가, 나머지 40%는 A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A씨가 자신의 곡을 무단으로 변형해 악보집에 실어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며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인격적으로 갖는 권리를 말한다. 저작물을 이용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인 저작재산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B씨는 재판에서 "당시 이 사건 악보집을 출판할 당시에는 원곡 악보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씨가 이 사건 저작물을 연주할 때마다 변형된 연주를 해 고정된 절대적 원본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6~7년 동안 이 사건 악보집 판매로 인한 인지세를 수령했는 데도 이씨 측은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악보집 출판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저작권협회로부터 저작물 사용 승인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는 명시적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저작물을 악보집에 게재해 내용과 형식을 변경해 이씨의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B씨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저작물의 내용과 형식을 편곡하는 것도 승인을 받았거나 이씨가 이를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악보집에 침해저작물을 게재한 것이 부득이했는지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달리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씨는 이 사건 저작물에 관한 동일성유지권이 침해됨으로 인한 정식적 고통을 받았음이 인정되므로, A씨는 이씨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와 이씨의 지위,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정도, 침해행위 이후의 상황 등을 고려해 배상책임을 2000만원으로 제한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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