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예대금리차… 은행권 "일방적 줄세우기" 억울
2022.08.23 17:59
수정 : 2022.08.23 17:59기사원문
은행 간 금리경쟁을 촉진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달리 일각에선 획일적인 줄세우기에 은행들의 '이자 담합'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일방적 줄세우기" 불만
23일 은행엽합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전날 처음으로 은행권 예대금리차를 공시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뿐 아니라, 평균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따로 공시한 것이다. 가계대출 금리 인하가 실질적인 목적이었던 만큼 가계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가계 예대금리차도 별도로 산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였지만, 이런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해 은행권은 이전부터 꾸준히 우려를 제기해왔다.
민간 기업인 은행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며, 대출금리는 신용점수 등을 고려해 산출되는 만큼 자칫 중·저신용자에게 많은 대출을 내준 은행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오인받을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외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도 함께 공시하기 때문에 은행별 특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런 지적에 대한 보완책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첫번째 예대금리차 공시 후 은행권 반응은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예금 및 대출 금리와 함께 평균 신용점수를 기재했지만 실제 대중은 어떤 은행이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지 줄세우기 된 정보를 습득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예대금리차비교 페이지에는 예금 및 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가 함께 기재되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은 신용등급 낮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면서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단순하게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 숫자만을 보면 왜곡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억울한 것은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목표로 인가를 받은 인터넷은행이다. 실제 토스뱅크는 예대금리차 공시 직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 말 기준 토스뱅크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이 약 38%로 높은 수준이고, 2%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가 예금금리에 반영되지 않아 예대금리차 높게 나왔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비율 등을 고려하면 토스뱅크 이자마진이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고 오히려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예대금리차 공시가 오히려 은행권의 이자 담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된다. 지금은 금융의 이자 장사 압박에 은행이 협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추후에는 공시된 예대마진 수준으로 자사 예대마진을 맞추려는 시도가 은행권에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진출이 제한돼 있는 산업"이라며 "이자 담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금리산정체계 개선 추진"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와 관련,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를 유도해 소비자 금리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코픽스는 8개 대형은행의 자금조달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한 자금조달비용지수로,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권 주요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가 된다. 7월 기준 신잔액 코픽스는 연 1.62%로 신규 코픽스(2.90%) 대비 1.28%포인트 낮다.
예대금리차가 대형은행에 불이익을 줄 것이란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예금 및 대출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금 및 대출금리 수준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며 "다만 금리산정 업무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므로, 은행권과 함께 진행중인 금리산정체계 개선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회피하는 영업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이 높은 은행에서 평균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별 특성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도록 신용점수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도 함께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