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北의 '담대한구상' 거절, 내부 과제 많기 때문"

      2022.09.01 10:15   수정 : 2022.09.01 10: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거절한 데 대해 "북한은 지금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지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금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에 북에서 넘어온 친구들을 보면 스타일도, 말씨도 남한스럽다"고 전했다.

북한 청년들의 문화와 일상, 생각에 변화가 생기면서, 북한 지도자들이 체제 유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하는 등 청년층에 대한 사상통제 강화에 나섰다.
지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를 청년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나 핑계로 삼고 있다고도 내다봤다. 그는 "북한 지도자들이 욕심을 내려놓고, 개혁 개방까지는 아니어도 지도 방식을 개선해서 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문을 안으로 걸어잠구는 것 만이 해결방안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반쯤에는 북한이 다시 국제사회로 나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꽃제비(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북 주민) 출신인 지 의원은 북한 인권 상황을 알리고 탈북민을 돕는 단체인 '나우(NAUH)'를 설립한 인권 운동가다. 어린 시절 사고로 왼팔과 왼다리를 잃은 그는 2006년 목발을 짚고 험난한 귀순길에 올랐고, 그의 사연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1대 국회에서 여의도에 입성한 후로도 수많은 현장을 다니며 탈북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북한인권법 이행의 핵심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조속히 출범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북한의 인권탄압과 관련한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지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이 됐다. 소회를 밝힌다면.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의 현장에 가장 많이 다니고 있다. '지성호는 대한민국 국민이 국회의원 시켜줬는데 왜 탈북자만 찾아다니나'라는 우스겟소리도 들었다. 국회에 와서 2년간 가장 좋았던 건 탈북민들에게 힘과 희망이 되어줬다는 점이다. 미 국무부를 방문해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알리고 온 것도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국회 상임위원장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 인권문제는 언급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때 의원들에게 '우리가 국회에서 한 모든 이야기는 기록이 된다. 지금은 통일이 안 됐고 인터넷 접근 환경이 열악할 지 몰라도, 북 주민들도 우리의 대화를 다 보게 될 것'이라며 설득했던 것이 생각난다. '정의와 불의 중 어떤 역사의 기록물을 만들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이후로는 인권 발언을 자제하라는 말을 안하셨다.

―요즘 북한 상황은 어떠한가.
▲북한은 두 가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첫째는 코로나와의 전쟁, 둘째는 MZ세대와의 전쟁이다. MZ세대뿐 아니라 X새대(1965~1981년생)도 시장경제를 통해서 사회주의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크게 바뀐 상황이다. 북한 지도자가 지금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 북 주민들의 생각의 변화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했는데.
▲앞서 말한 이유로 북한은 지금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 백신도, 쌀도, '담대한 구상'도 모두 'NO'라며 싫다는 건데, 이건 북한 내부에서 완수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내년 중반쯤에는 북한이 다시 국제사회로 나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늦춰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생각하고 출범에 하루빨리 협조해줘야 한다. 재단이 출범된 후, 미국 국무부의 북한인권특사, 유엔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한국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세 분이 공조해 북한을 향한 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

―'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큰 이슈였다.
대한민국에 와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단어가 '법치 국가'다. 그런 국가가 헌법상 지켜야 할 주민을 북송시킨 건 정말 큰 잘못이다. 우리나라는 헌법과 질서가 작동되는 나라이고, 북한은 그게 안되는 나라 아닌가. 그런 차이를 보고 같은 하늘 아래 자유를 찾아 온 사람을 어떻게 북송을 시킬 수 있나.

―2016년에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에서 이들의 북송을 추진했는데, 민주당 이론은 '간다는 사람 보내고, 남는다는 사람은 남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에 목발짚고 가서 '북송시키는 건 살인 행위다, 또 남고 싶어 남았다는 종업원의 가족은 북한에서 얼마나 처참한 상황에 처하겠나'라고 강력하게 문제점을 설명했었다.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탈북민 중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특이 이 사건은 북한에서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보니, 대부분이 공식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서 향후 활동 계획은.
▲탈북민뿐 아니라 빈곤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고용 확대와 생계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게 첫 과제다. 정직하게 땀 흘려서 노동하는 사람들이 존경도 받아야 하고, 공정한 보상도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공정이 회복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시대정신 아니겠나. 윤 정부가 노동개혁을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중인데, 각별히 살펴볼 예정이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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