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되팔아 '4조 먹튀' 해놓고 "韓정부가 승인 미뤄 손해봤다" 제소
2022.08.31 18:22
수정 : 2022.08.31 18:22기사원문
이날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2925억원(2억1650만달러)을 배상하라"는 최종 판정을 내려서다. 2012년 시작된 10년간 국제소송이 일단 끝난 것이다.
정부와 론스타의 인연은 약 20년 전인 지난 2003년 8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부동산 투자 전문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당시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하자 은행의 공익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며 잡음이 일었다.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보유해 당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국내 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잘못된 만남의 시작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8% 밑으로 떨어져 부실이 예상된다며 은행법 시행령상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론스타는 이후 본색을 드러냈다. 2006년 1월 재매각을 공식화한 뒤 이듬해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대의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외환은행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결국 2008년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해 매각은 무산됐고,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넘겼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7년 만에 매각차익·배당금 등을 포함해 4조원 넘는 수익을 올리고 한국을 떠난 것이다. 론스타는 막대한 수익을 냈음에도 지난 2012년 11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승인지연 등 부당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ICSID에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소송을 제기했다.
ICSID는 2012년 12월 론스타 제기 사건을 등록했고 2013년 5월 중재판정부가 구성된 이후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서면심리 절차를 진행했다. 2016년 6월까지는 미국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총 4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이후 2020년 3월 기존 의장 중재인인 영국 출신 변호사 조니 비더가 건강 문제로 사임하고 3개월 뒤 윌리엄 이안 비니 전 캐나다 대법관이 새 의장중재인으로 선임되면서 같은 해 10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그해 11월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협상액 8억7000만달러를 제시했고 이후 협상안을 수용하면 ISDS 사건을 철회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공식 협상안이 아니라고 보고 거절했다. 이후 사건을 계속 심리하던 ICSID는 결국 소송 제기 후 3508일째인 지난 6월 29일 최종적으로 절차 종료를 선언하면서 심리는 끝났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