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도 안 올랐는데...10% 넘게 오른 지주사 '수두룩'
2022.09.01 16:32
수정 : 2022.09.01 16: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매력이 떨어지는 종목으로 치부됐던 지주사들의 주가가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한 달 만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이는 종목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회사 사업이 호조를 보이는 데다 그룹 차원의 기대감이 겹치면서다.
■아들이 잘 되면 아빠도 웃는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의 주가는 지난 달 18.45% 상승했다. 상장 지주사 중 8월에 가장 큰 수익률을 보인 곳이다.
두산은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5% 블록딜에 성공하면서 5772억원을 확보했다. 두산은 올 상반기 자체 사업 실적이 개선된 데다 100% 자회사인 두산DLS·두산로보틱스·두산DMI의 매출액도 전년대비 99% 증가했다.
두산 다음으로 수익률이 좋았던 지주사는 한화(15.61%)이다. 한화 역시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방산 부문 사업을 한화에어스페이스로 통합하는 등 그룹 사업을 재편하면서 주가가 올랐다. 또 자회사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이달 들어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각각 20.09%, 26.40% 뛰었다.
롯데지주(10.98%)도 지난 달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 8월31일 장중 기준(4만1650원), 종가 기준(4만1450원) 모두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1월 저점(2만56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62.70% 급등했다.
비상장 자회사인 코리아세븐과 롯데GRS 등이 고른 실적 호조를 보이는 데다 지난해 롯데칠성을 연결 종속기업으로 편입한 효과로 올해 롯데지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84% 상승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들은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서 실적 모멘텀의 우위를 확보했고, 계열사 유가증권과 부동산 등 안전마진이 탄탄하다"며 "여기에 최근 미래 사업을 확대하며 성장 가치주로도 분류되는 추세라 지주사의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지주사의 적극적 경영 활동 중요해져"
다른 종목에 비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화끈한 편이다.
LS는 올 2·4분기 최대 실적을 거두며 8월 주가 수익률도 13.92%을 기록했다. 호황 사이클에 올라탄 자회사 LS니꼬동제련 덕분에 LS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2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LS는 올해 11월까지 190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SK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 규모의 자기 주식을 매입한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SK 시가총액의 1% 수준으로, SK는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SK는 주당 배당금을 2020년 7000원에서 지난해 8000원으로, 올해도 8550원으로 늘리며 배당 확대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덕분에 SK의 주가는 지난 달 5.9%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매입하는 자기주식 이외에 기존 보유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가능성도 높아 주주 환원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할 것”이라며 “우호적인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지주사가 상승세를 탄 건 아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 한 달 동안 주가가 12.00% 하락했다. 상장사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주가가 상승하곤 하지만, 오히려 지주사의 주가는 떨어진 것이다.
LG는 오는 2024년까지 자사주 5000억원 규모를 취득하고, CJ도 올해부터 분기 배당을 하기로 했지만 두 기업 주가는 한 달 동안 각각 1.1%, -2% 지지부진한 등락률을 보였다.
지주사가 얼마나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느냐에 따라 주가가 엇갈렸다는 분석이다.
박종렬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지주사들도 계열사 지분 가치는 전반적으로 훌륭한 편"이라면서도 "최근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신사업 투자나 인수합병 등에 적극적이었던 덕분에 주가 상승 동력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